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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2013.3.14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지금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내일은 학교 수업이 없고, 정말 쓸 내용이 많은데 지금껏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1. 알쿨이 갑.


  공연이 다가오니 정말 동아리를 열심히 한다. 오늘은 동아리 소개제였다. 영양학 퀴즈공부도 미루고 동소제 준비를 했다. 어느새 동소제에서 공연을 하는 동아리가 되었다.

  따지고보면 동아리, 참 신기하다. 과에는 틀이 있다. 특히나 우리 과는 우리 과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슬슬 고학번이 되어가니, 해가 지날수록 그 견고함이 무너지는 느낌도 조금씩 받기는 한다. 그럼에도 나와 상관없이 우리 과의 문화는 변하면서도 발전하겠지. 내가 졸업한 후에도 개파날에는 빼갈을 마실테고 축산의 날에는 관악산을 오를 것이다.

  하지만 알쿨은,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이 동아리는, 그 맛에 더 열심히 한다. 정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열 명도 채 안 될 터이다. 하지만 그 소수가 단체티를 맞추고 회칙을 정하고 수업에 지각하며 학관 앞에서 노래패와 밴드 사이에 공연을 한다. 신기하다. 알쿨, 정말 잘 들어왔다. 우쿨렐레를 넘어서, 생활에 대해 참 많이 배운다. 대학생 때 동아리다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일도 복 받은 일이다. 나는 참 운이 좋다.



2. 하지만 바쁘다.


  할 게 참 많다. 공연이 끝나면 좀 더 한가해질까. 그 다음엔 시험기간이 오겠지.

  몸보다 마음이 바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은 부스를 만들고 교양 튜터링 오티에 가느라 선형대수학을 빠지고 쥐 돌보는 일을 놓쳤다. 선대는 그렇다쳐도 쥐한테 너무 미안하다. 게다가 돈을 받는, 내가 책임을 지는 일이 아닌가. 나한테 많이 부끄럽다. 내일 아침에 얼른 가서 돌봐주어야 하는데, 우선 병원을 가야한다. 안 가기에는 팔이 아직도 찌릿찌릿하다. 스마트폰은 확실히 줄였는데, 더 줄여야 하나.


  알쿨 부스에서 우쿨렐레를 치면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그래서 악보도 잔뜩 가져갔었다. 하지만 여유는 나중에 부려야겠다. 매트랩을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릴 것 같다. 일단 내일은 중전에서 매트랩 공부다. 하지만 매트랩은 너무 어렵다. 한 학기 안에 끝내려 했는데, 이 정도는 공부하고 가야 끈기든 실력이든 교수님께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꾸준히 하며 익혀야겠다. 어쩄든 나는 인턴을 해야한다. 그러니 당당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움츠러들지는 않을 만큼 공부해야한다.

  


3. 과외돌이가 나보다 더 열심히 산다.


  1년동안 함께한 과외돌이가 점점 성장한다.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서툴다손 쳐도 살아가는 자세가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 고3이 대단하긴 하다 싶으면서도, '대학을 가는 자체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멋있는 것 같아 공부하겠다'는 카톡을 읽으니, 이 친구가 나보다 훨씬 대단해보인다. 허기사, 과외돌이가 한 말은 원래 내 철학이었다. 1년 동안 같이 지냈으니, 이 친구 귀에 내 말이 박힐만도 하다. 하지만 이 친구는 또 이 친구의 시각에서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과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으리라.  

  고등학교 수학을 놓은지도 어느덧 3년째인데. '열심히 하는 고3' 과외를 맡았다. 전에는 예비고3이든 누구이든 '네가 이 정도 학년이면 수능 본지 꽤 된 나보다 훨씬 잘 해야한다'라는 질책이 고정멘트였는데,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학생을 대충 맡기는 싫다. 나도 이 친구에게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게다가 수학이든 국어든, 기초적인 지식은 내 삶에도 도움이 될테니까. 



4. 왜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사는 삶이 재미있을까. 왜 과외돌이의 열심히 하겠다는 말에 보람을 느낄까.

내 삶의 신념은 무엇인가. 그런데, 나는 내 신념대로 살고 있는가?


  열심히 사는 일은, 몸에 배이는 습관이다. 공부든 무엇이든, 지킬 것을 지키며 그날 하루에 최선을 다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 세계 어딘가에 쌓인다. 생각이나 행동, 이 모든 것이 쌓여 내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물질로 가득찬 이 세상 너머 다른 차원이든, 아니면 내 뇌 기저핵의 아래쪽 뉴런이든 상관없지만 확실하다. 이러한 확신은 내 나름대로는 종교와도 같은 신념이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 이것이 이 세상의 원리이다.

  내 삶에서는, 아직까지는 원없이 열심히 한 일 치고 실패한 일이 없었다. 물론 실패는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은 노력한 정도가 부족했거나 노력한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다. 외부 세계는 똑같을지라도 감각하는 세포가 다르고 지각하는 마음이 다르기에 바깥의 우주는 하나일지라도 각자의 우주는 각자만큼 존재한다. 모두가 나만큼, 대부분 나보다 더 깊은 우주이다.

  내가 나를 완전히 모르는데 어떻게 감히 누군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여행으로는 그 지역을 완전히 알 수 없듯,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세계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와 다른 말을 할 때, 나는 그에 대해 정말 감사해야한다. 그 틈을 통해 나는 그의 세계를 엿보고, 그렇게 나의 세계가 확장된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나의 철학은 이 둘이다. 생활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에는 이런 사색보다는 싸구려 소설같은 상상이 훨씬 많지만, 역시 글이 최고다. 많이 써야겠다. 그리고 나를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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