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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7)

안구건조증

안구건조증이 있다는 사실을 시력교정 검사를 하고서야 알아냈다. 눈에 마취제를 바르고 종이를 끼워 눈물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를 아는 검사를 했다. 나는 보통 사람들 눈의 절반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눈을 써왔는데도 왜 나는 내가 안구건조증인지도 모르고 살았을까? 안구건조증이 없던적이 없었기에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렌즈도 안 끼고 수술도 안 한 맨눈이 설마 안구건조증이겠거니 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안구건조를 느낄 때가 있었다. 렌즈를 낄 때는 얼마 되지도 않아 눈이 말랐다. 그럴 때면 인공 눈물을 눈에 뿌렸다. 바닷물을 삼키듯 인공눈물을 넣을 때만 시원하고 좋았지 뚜껑을 닫자마자 다시 건조해졌다. 너무 많이 치다 보니 속눈썹에 소금이 엉켜 인공 눈곱이 꼈다. 깜빡일 때마다 눈이 마르고 까끌거려 집에 오자마자 렌즈를 빼곤 했다.


  나는 지금껏 렌즈를 끼면 눈이 건조해진다고 착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안구건조증이었고, 렌즈를 껴서 눈물이 잘 돌지 않을 때야 비로소 고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눈에 렌즈를 끼지 않을 때가 보통 사람들이 렌즈 낀 정도가 아닐까? 렌즈를 안 낀 눈에 인공눈물을 넣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안과 의사에게 조언을 듣고, 젤형 인공눈물을 구해서 눈에 넣으니 렌즈가 있든 없든 눈이 시리고 잠시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이런 느낌으로 사는구나. 비염이 달고다닌 사람이 불편함을 몰랐던듯, 나는 안구건조증이면서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인공눈물을 자꾸 넣으면 눈이 스스로 눈물을 만드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당장 눈이 파말랐는데 인공눈물을 안 넣을 수도 없다. 인공눈물을 넣지 않는다고 눈의 눈물 만드는 기능이 회복된다면, 퇴사 후 렌즈 착용도 그만두었던 지도 1년이 지났으니 내 눈은 촉촉해졌어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처럼 렌즈를 낄 때 눈이 아플 정도로 눈물기가 없어지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불편해 안경을 쓸 때라도 안구의 습기를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의사 선생님은 인공눈물을 쓰지 않으면 더 나빠지니 관리를 하는 편이 좋다고 하셨다. 눈물이 부족한 눈에는 눈꺼풀의 움직임조차 각막에 자극이 될 터이다. 


  세상에는 내가 렌즈를 꼈을 때 느끼는 고통만큼 어느 때에도 심한 안구건조증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매일매일 인공눈물을 달고 살 터이다. 시력교정 수술이 잘못된다면 매시 타는듯한 안구건조증도 남 얘기가 아니게 될지 모른다. 일단은 눈을 더 잘 관리하고 오라며 검사를 삼개월 후로 다시 잡았다. 지금은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삶보다야 낫겠거니 기대하면서 지금 있는 눈을 촉촉하게 관리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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