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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아일랜드와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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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boM 후기 하나에 빠지면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일랜드에서 짰던 이야기가 계속 꼬리를 잇는다. 지금 겪는 여행에 최대한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머릿속에서 콩밭에 간다. 자기 전이면 상관없지만 길을 걸으면서도 이러면 주변의 풍경에 집중하지 못한다. 앞으로 다시는 겪지 못할 경험인데 언제나 하던 생각을 똑같이 하며 시간을 보내기가 아깝다. 이런 상태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될까 겁이 난다. 지금보다 훨씬 바쁘고 열정적이여야 할 일상에 복귀한 후에도 이러면 답이 없을텐데. 생각의 깊이가 얕아졌다. 언제 생각을 깊이 했었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입 밖에 나오는 말은 정말 가벼웠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도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도 일상에서 하..
5월 26일, 런던 노트북이 이상하다. 오늘도 부팅이 안 되는 놈을 부팅 USB로 간신히 얼러서 켰다. 세상이 좋아 스마트폰으로 뭐든 되는 시대이지만,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내 노트북이 정말 고철덩어리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오늘 낮에는 꼭 여행기를 써야겠다 다짐했으니, 이 늦은 밤 노트북을 달래가며 기록을 하자. 1. 몇 년 간 케백이로 쌓은 초라한 내공 덕에 나는 친구의 꽤 괜찮은 찍사가 되었다.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친구는 평생 보기 힘든 배경의 훌륭한 모델이다. 친구의 캐논 이오스를 찍다보면 내 케백이가 얼마나 색이 거친지(내가 맞춘 설정이다) 보였다. 캐논 DSLR은 그 바디처럼 둥글둥글한 색감에 약간 붉은 기가 돌았다. 바로바로 맞춰지는 초점이며,(케백이와 16-45 콤비는 트롬소를 갔다온 이후 AF기능..
5월 20일, 채스워스 하우스 버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는데, 호스텔에 돌아오고 노트북이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부터 말썽이었던 노트북은 갖고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상태가 별로다. 도미토리 방 바깥에서 종이를 깔고 앉아 아무 생각이나 쓰고있으니 오늘 머리속에 들었던 생각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진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싫어하니, 글이라도 남겨야 비싼 여행값을 할텐데 말이다.. 더블린을 떠나 맨 처음 도착한 장소는 맨체스터다. 축구 말고는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던 도시고, 도착해서도 관람차 말고는 눈에 띄는 건물도 없다. 산업시대 소매치기가 떠오르는 벽돌 거리와, 바로 옆에 천연덕스럽게 있는 현대적인 고층 빌딩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무언가를 보러 온 곳도 아니다. 친구가 보고싶어했던..
Natural history museum & night scenes, London 사진 정리가 한참 밀렸다.언젠가 보겠냐마는 그래도 정리. 자연사박물관을 찾으러 대영박물관에 간 탓에(...) 러셀스퀘어에서 옥스포드 서커스쪽을 지나 하이드파크를 향했다. 걸어가며 둘러보는 런던은 정말 생각했던 런던의 인상이었다. 유럽 도시는 걸어서 보는 맛이 있다. 옥스포드 거리와 하이드파크를 지나 생각보다 오래 걸어서 도착한 자연사 박물관.그리스 신전 짝퉁스런 대영 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 건물보다 훨씬 위엄있었다. 자연사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공룡 모형. 자연사 박물관 찬양을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도킨스였나 빌 브라이슨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배경지식은 중요하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몇 구절에 국립미술관과 대영박물관을 제치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전시품 촬영은 버스 안..
Glendalough, Wicklow, Ireland 위클로 국립공원 언저리에 글렌달록이라는 소박한 마을이 있다. 더블린과 가까운 곳이라 Paddywagon의 당일치기 투어버스로 글렌달록을 갔다왔다. 처음 반겨준 이들은 죽은 이들이었다. 넓은 잔디에 비석만 제멋대로 박혀있었다. 이 땅에 산 자보다 죽은 이가 많을 것은 당연하지만, 여행지에서 묘지를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평화롭고 편안한 묘지라니. 크기도 모양도 제각기인 묘지들이 마을 안에 또 작은 마을을 이룬다다. 아일랜드에서는 길이길이 기억되라고 세우는 비석마저 이끼와 늙어간다. 뒤로 아일랜드에는 거의 없는 '산'이 보인다. 위클로 주가 아일랜드에 몇 안되는 고원지대이기 때문이다. 묘지 끝에 있는 watchtower에는 들어가는 문조차 없었다.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
Kilkenny, Ireland 여행을 갈 때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무엇이 유명한지 확실히 알아가야 하는데 킬케니에 갈 때는 그러지를 못했다. 아니 킬케니를 가는 줄도 몰랐다.투어 버스 스케쥴을 대충 보고 넘겼는데, 글렌달록 버스 오후 일정에 킬케니가 끼워있었을 줄이야. 위클로 국립공원을 버스에서 보다 깜빡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킬케니였다. 킬케니는 12세기에 지어진 킬케니 성으로 유명하다. 옆 벽의 그래피티가 기묘했다. 기묘한 그래피티 사이에 구멍이 있길래 보니 또 다른 기묘한 그래피티가 있었다. 킬케니 성을 보기 위해 한참을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문이 나오지 않길래 결국 동네 주민에게 물어봤더니 며칠 전 폭풍으로 한동안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마침 글렌달록에서의 맑은 날씨는 사라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발견한 폭풍..
Dublin zoo, Phoenix park. Dublin, Ireland Dublin zoo는 1831년부터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열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 제일 큰 동물원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시작하는 서울대공원보다야 작다. 하지만 이 동물원은 'Phoenix Park'의 한 구석일 뿐이다. 피닉스 파크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무거울 것 뻔히 알면서도 망원 번들을 챙겨간 이유도 더블린에 있는지도 모를 동물원의 동물들을 찍기 위해서였다. 나의 동물 사랑을 만족시켜준 더블린 동물원, 그 존재에 먼저 감사하다. 동물원 입장료는 12유로(x1500원 = 18000원)였다. 워낙 비싼 물가에 익숙해진 터라 오히려 싸게 느껴졌다. 어디 사자일까 표지판을 보니 아시아 사자였다. 아시아에 사자가 있던 줄 몰랐다. 아프리카 사자보다는 작지만 위엄있는 사자의 ..
St. Nicholas church & Galway cathedral, Galway city, Galway 골웨이 시내에서 코리브 강 쪽으로 쭉 나오면 성 니콜라스 교회가 보인다. (church를 교회로 바로 번역해도 될지 모르겠다. 개신교의 교회, 카톨릭의 성당 구분이 아닌, 규모가 작은 예배당 의미의 교회이다.)산타 클로스의 유래가 되었다는 Saint Nicholas를 성인으로 모시는 곳이자,신대륙을 탐험하기 전 콜럼버스가 들렸다는, 골웨이 시티에서는 꽤 유명한 장소이다. 맥도날드에서 4유로짜리 햄버거를 사 길거리에서 우적우적 먹고 있었는데, 니콜라스 교회 앞에 장이 서서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었다.눈물을 머금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내부. 입구에는 여러 언어로 된 안내 책자를 두었고 교회 곳곳에도 여러 기념물들이 설명과 함께 놓여있었다.하지만 더 눈이 가던 것은 여러 세기 동안 소박한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