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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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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꿈나무가 실험실에서 배울 것 오늘도 과학 꿈나무는 과학자를 꿈꾸며 지식을 쌓는다. 방학 과학 캠프든 그 유명한 하이탑이든, 무언가가 이들 가슴속에 과학의 씨앗을 심었다. 마음속에 과학이라는 싹이 움튼 이들에게 대학은 학문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대학에 들어온 과학 꿈나무는 수강 신청을 할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듣고 싶은 강의가 너무 많다 보니 시간표 한가운데를 차지한 전공 필수 교과목이 원망스럽다. 진로 고민이라고는 국내 대학원에 갈지, 유학을 갈지 정도다. 꿈나무 주변에는 앙상한 과학 고목이 있다. 대학원에 들어간 선배들이다. 몇 년 전에는 이들도 과학 꿈나무였다. 고목의 꿈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 지 오래다. 고목들은 꿈나무에게 대학원에 올 생각일랑 말라고 자조한다. 어째서 과학 꿈나무들 중 열매 맺는 이는 소수요, 낙엽 지..
비인간과 마주하는 하루하루 과학철학자 홍성욱은 저서 에서 과학기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nonhuman) 사이의 네트워크이며 실험실에서 하는 활동은 인간이 비인간을 길들이는 행위이다. 실험실에서 발견한 숱한 비인간, 항체나 줄기세포 따위 중 바로 처음부터 인간을 위해 쓰인 것은 없다. 인간에게 이로운 조건을 찾고, 재현이 되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야 마침내 비인간은 인간을 이롭게 한다. 다르게 말하면 실험실은 길들여지지 않는 비인간을 마주하는 곳이다. 야생 개가 사람을 문다면, 길들여지지 않은 비인간은 사람을 좌절시킨다. 실험실의 비인간이란 내가 실수하기를 바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디서 나를 함정에 빠트릴..
과학 글에서 용어를 쓰는 방법 연습삼아 읽은 논문을 짧은 기사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다. 과학동아 이번 호의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참고했다. 딱딱한 영어를 그보다는 부드러운 한국어로 옮기는 일도 어려웠지만 가장 힘든 관문은 문장마다 나오는 전문 용어였다(그런 점에서 과학동아 기사는 친절하면서도 전문성이 살아있었다). 업계에는 업계 사람들만 쓰는 말이 있다. 과학계는 그중 제일 깊고 좁은 업계이다. 언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연구자들끼리는 점심을 먹으면서도 나올 용어가 남들이 듣기는 생전 처음 듣는 소리다. 연구를 소개하기 전에 용어가 무엇인지부터 한 문단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고유명사는 소리대로 쓰면 된다. 생물학에서는 온갖 유전자와 단백질에 이름이 있다. 과학자는 정성을 들여 자신이 발견한 물질에 이름을 붙인다. 애기장대..
기사 쓰기 연습: Donato et al., Nature 2013 학습 능력을 조절하는 신경 세포 기전 밝혀내 학습 능력을 조절하는 파발부민 바구니 신경 세포(인터뉴런)의 기전이 밝혀졌다. 스위스 프리드리히 마이스너 기관 피코 카로니 연구진은 파발부민 바구니 신경 세포의 활동이 학습 상태를 조절한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월 자에 발표했다. 파발부민 바구니 인터뉴런은 흥분성 신경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억제성 사이 신경세포(인터뉴런)이다. 인터뉴런은 뇌의 80%인 흥분성 신경 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 연구진은 설치류를 풍요로운 환경에 두어 학습이 잘 일어나도록 하거나 공포 조건화로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바구니 뉴런의 파발부민 단백질 발현 정도와 학습 능력을 비교했다. 설치류가 새로운 학습을 잘 배우는 환경에서는 바구니 뉴런의 파발부민 발현량이 적은데 비해 경직되어 ..
최신 논문에서 본 변칙 현상: 편도체 뉴런의 일탈 지난 6월 저널 클럽을 준비하기 위해 논문을 읽으며 학부생 때 배운 변칙 현상을 보았다. 변칙 현상(anomaly)이란, 쿤이 에서 쓴 용어로, 패러다임에 따라 실험하고 결과를 예측하였으나, 정작 자연은 다른 결과를 보이는 상황을 말한다. 저널 클럽이란 학생이 한 논문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자리이다. 내가 찾은 논문은 요약하자면 쥐가 행동하는 양상에 따라 쥐의 편도체 뉴런이 다르게 활동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4월에 발표되었다. 얼핏 보면 변칙 현상이랄 것까지 있겠나 싶겠으나, 연구자가 예상하던 바와 실제 결과가 다르게 나온 논문이다. 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달리 활동할 뉴런이 뇌 어딘가에는 있을 터이다. 하지만 편도체 뉴런은 다른 일을 하리라 예측되어왔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에 관여한다고 알려..
신경과학으로 철학하기 포스팅을 시작하며 블로그에 '신경과학으로 철학하기' 라는 포스팅을 하면 재미있겠다. 포스팅을 하기 위해 논문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뼈저리게 느끼듯, 글 한 편을 완성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이라 스티브 잡스가 그랬으니, 그 말을 빌려 가장 초보적인 창의력 연습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과학 철학 책을 천천히 읽으며 지금 내 주변에 이를 적용할 요소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물론 나는 과학으로도 인문학으로도 역량이 부족하다. 대학원 전공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지는 이제 1년째고, 글 쓰는 일을 각 잡고 해본 적은 없다. 참신하고 치밀한 글은커녕, 누군가 콧웃음을 치고 반박 댓글을 달아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매일 하던 ..
인간의 이해) 대학생이 탄력성을 얻는 방법 탄력성(resilience)이란 삶의 역경을 극복하는 역량이다. 역경을 체험하는 가장 건전한 방법은 여행이다. ‘가장 건전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Seery(2011)가 논문의 말미에서 말했듯 ‘나쁜 것은 어쨌든 나쁘기 때문이다’. 삶의 탄력성을 높이고자 위험한 역경을 벌어서 겪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 중 그나마 안전한 편이다. 무모한 시도나 끔찍한 불운으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제외하면, 여행의 고생은 여행 안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준비해 배낭을 맨 여행이라면,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해갔느냐에 전혀 상관 없이 여행길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넘쳐날 것이다. 그러한 변수야말로 여행이 지니는 가치다. 요즘처럼 정보를 얻기 쉬운 세상에 이국의 풍경과 문화..
인간의 이해) '과학적' 논쟁의 함정 Kahan(2012)은 특정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배타적인 이유로 과학적으로 소통하기 힘든 환경을 든다. 사람들의 주장은 양 극단에서 대립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만큼은 너무나 분명하고 확실해 보인다. Kahan이 든 예시는 지구 온난화이지만, 한국에도 이러한 문제는 지천이다. 국민들은 10년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광우병을 기억하고, 아직까지도 일본 여행을 가도 될 지 망설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따금 과학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익숙지 않다. 다른 논쟁에 비해 과학적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과학적 사실의 두 가지 특성에서 기인한다. 첫째, 과학적 지식은 귀납적이다. 경험적 현상에서 도출하는 과학적 사실은 정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