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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7월 11일 일상 후기


  오랜만에 포스팅을 올립니다. 한동안 일들이 많았습니다. 노트북을 켤 시간마저 없을 정도였습니다. 밤 늦게 광주 집에 도착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장소에 와서 숨을 돌려봅니다. 2학기가 시작하기 전, 두 번째로 들르는 광주입니다. 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개강까지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 7월 12일, 2학기 개강을 향하는 디데이 배너는 어느새 D-50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시간은 치사하게 숨 돌릴 새 없이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시간입니다. 제가 어찌저찌 지내다 보면 자기도 어찌저찌 지나갑니다. 한가한 시간은 바쁘다 생각 없이 흘러가버립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그보다 더 쉬운 삶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판이 태어날 때 부터 난이도를 조정하고 나온 판은 아니라 대학교 1학년 1학기 여름방학은 산으로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잡지떼기는 6월 말부터 그만뒀고, 드로잉 수업은 영어학원을 다니는데 힘이 부쳐 환불했고, 영어학원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관뒀습니다. 무작정 광주로 돌아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틀어진 계획의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금 의미있는 시간으로 계획을 세우기엔 제 상상력이 빈곤합니다. 우선은 계획했던 책들에 보태 좀 읽고, 거기에 과외를 하면서 지내려 합니다.
 동시에 많이 돌아보게 되는 방학입니다. 1학기가 지났으니 대학 입학 즉후의 당돌함과 경솔함도 슬슬 사그라듭니다. 때 맞춰(?) 학원을 힘에 부쳐 그만두고, 하고자 했던 일들마저 다 '망해버렸습니다'. 시행착오도 인생에 필요한 법이다, 이 말이 꼭 남의 인생에 아랑곳할 때만 쓰는 한 마디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나의 생각과 앞으로의 일이지, 지나간 일을 후회한다거나 과오에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초라한 삶도 없을테지요. 하지만 역시, 알고 있는 일과 직접 겪는 일은 달랐습니다. 애초부터 많이 알아보지 않았고, 일단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했었고, 무엇보다 저를 과신했습니다.
  '사람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 저번 학기 마음의 탐구 강의시간에 배웠었습니다. 학습은 여러 번 조건을 만들어줘야 익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앞으로 얼마나 실수를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교훈을 얻어야 제대로 살아갈 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시행착오도 인생에 필요한 법입니다. 지금의 심정을 제가 제대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정이 날아간 덕분에 한가해졌습니다. 광주에서 친구들이 올라와서, 서울 살지만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놀 곳이 많다는 건 이럴 때만 좋습니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꼭 잘 알만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사동에 오래된 물건들을 구경하고,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보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언제 봐도 반갑습니다. 변한 듯 하면서도 그대로이고, 다른 곳에서 몇 달동안 살았는데도 이야기가 통합니다. 재수 생활이 거의 1년 동안 친구들 얼굴한 번 못 보게 했었는데도, 친구들은 광주에서 만나든 서울에서 만나든 친근합니다. 고등학교를 잘못 보낸 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광주입니다. 비록 친구따라 강남가듯 온 광주이지만, 볼 사람들도 많고 할 일도 많아 아직은 행복합니다. 남은 날들이 흐지부지 지나가지 않도록, 어떻게든 노력해야겠습니다. 중요한 건 저 자신의 태도일 테니까요.



+자존심 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 다름아닌 저 자신이라는 걸 느낄 때면 숨이 막힙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드려고 발버둥치는 것만 같아 딱합니다. 동시에 이런 변명을 주절거리고 있는 제가 한심합니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몇 마디 좋은 말 쓰인 책으로 키울 수 있는 정보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배워서 얻을 수 있는 지식도 아니기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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