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올 때 한국어로 된 책을 딱 세 권 챙겼는데,
하나는 유럽 여행 가이드북(낙성대역 헌책방에서 구매, 와서 들춰본 적 없음),
다른 하나는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광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매, 한국에서 절반 읽고 여기서 들춰본 적 없음),
마지막으로 앤드류 루미스의 알기 쉬운 인물 일러스트(출국 하루 전 신림 반디 앤 루니스에서 구매, 절반 읽었음)였다.
방에서 심심한데 날은 이미 어둡고 인터넷만 하기는 잉여스러울 때 루미스의 그림책을 보고 따라그리면 시간이 잘 간다.
루미스의 책이 훌륭하기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무언가를 보고 그릴 여유가 있다는 점에 요즘은 그림도 재미있다.
책 중간에 인체 인형이 여러가지 포즈를 한 사진이 있고, 이를 보고 뼈대부터 그려서 완성하라는 페이지가 있다.
어렸을 적 상상력이 한참 전에 사그라든 나는 누구를 그려야할지에서부터 막혀버리고 만다.
한참 고민하다가 하다가 포탈의 첼이 생각났다.
첼이라면 포탈을 넘나들며 안 써본 근육이 없었을테니 어떤 포즈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했다!
게다가 '남미계(?) 여성+상의 탱크탑+적당한 근육'이라는 이전에 그려본 적 없는 조합이 마음에 들었다.
포탈건과 부츠만 어떻게 한다면...
(얼굴은 망가졌지만) 역시 첼답게 어떤 동작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성 보인다.
던지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책에 있던 인체 인형 포즈 사진)이라고 그렸는데 발로 차는 모습에 더 가깝게 그려졌다. 표정도 어색하다ㅠ
띔뛰기 포즈. 빈칸이 아쉬워서 다른 사람(?)들을 채워넣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기계들을 사람으로 떠올려서 그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의인화를 포기하고 그냥 원래대로.
한 번 인체 비율을 저렇게 맞추니 4~5등신 만화체로 못 돌리겠다.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도 타블렛도 없지. 불편하다.
그리고 보니 오랜만에 포탈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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