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전 글/일기(2011~)

7월 5일 일상 후기



  책상이 생겼습니다. 직접 나사로 조립한 독서실 책상입니다. 기숙사에서 봉천동 자취방으로 이사온 후 책상이 없었습니다. 줄곧 다리 넣을 공간도 없는 식탁에서 공부하거나 상을 펴서 앉은자리에서 과제하느라 허리가 뻐근했습니다. 스탠드를 켜놓고 책상 앞에 앉으니 정말 편합니다. 학교 도서관에 갈 필요도 없이 텝스 공부를 하고 그림도 그렸습니다. 호사도 아닌 일에 판자 값 몇 푼이 아까워 고생했습니다. 이젠 집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노트북을 둘 데도 집에 없다보니 일기도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바빴던 1학기가 끝난지도 한참입니다. 이후로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몇 주 지났다고 또 가물가물합니다. 신변잡기를 사진으로 남기는 일도 귀찮아 핸드폰 앨범에 있는 사진은 몇주 전 동기들과 같이 먹은 팥빙수뿐입니다. 이제 책상이 생겼으니, 일기도 자주자주 써야지요.



2학년 2학기 시간표를 계획하면서 4년(+α) 대학생활도 윤곽이나마 짜보았습니다.

  

다 들을 생각은 '당연히' 없습니다. 저렇게 하면 총 학점이 24학점이 나옵니다; 

인문학글쓰기와 초급스페인어에서 하나를 고를 생각입니다.

정말로 동물생명공학과 시간표입니다. 2학년 2학기 시간표를 보니 제가 동자과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납니다.

심리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할겁니다. 학점은 대충 맞췄습니다. 고민도 많았지만, 역시 가장 부담없고 적당한 선택지입니다. 

복수전공이 되고, 3학년 1학기 때 이공장을 신청하면 그때부터는 정말 학점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닐 생각입니다. 


  학교 언어교육원 텝스 실전반에 수강중입니다. 같이다니자던 친구 권유 덕분입니다. 강남의 유명 학원을 다닐까도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텝스(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이고, 강남보다는 훨씬 다니기도 편할테니 학교 수업을 선택했습니다. 아침 시간에 졸린 점만 빼면 만족스럽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냐에 달려있기도 하구요.

  수업이 끝나고 수채화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짬이 좀 납니다. 그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합니다. 주일 내내 학원 숙제에 못이기다 결국 포기한, 영어 트라우마만 생겼던 1년 전 여름이 얼마나 바보같았나 되돌아봅니다. 물론 텝스와 토플은 다르고, 그 때 공부량이 훨씬 많기도 많았지만 대학공부든 수험공부든, 일단 제가 즐겁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달 동안 공부하고 시험 봐서 결과가 괜찮으면, 학기중에도 언어교육원에서 영어공부 좀 하다가 겨울에 토플 공부를 다시 할 생각입니다. 

  계절학기를 2학점짜리 수채화의 기초만 듣고 있는데, 이 점도 또 많이 아쉽습니다. 황금같은 여름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넣었던 생물학 실험은 튕겼고, 소묘의 기초는 폐강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개인 시간이 많은 것도 좋지만, 그래도 뭔가를 배우고는 싶은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7월 5일입니다. 


  심심할때마다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을 읽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지난 학기 서양 철학의 이해 시간, 교수님께서 '철학 책을 읽는 법'을 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그 때 읽은 책 3권 중 제대로 읽은 책은 <국가>뿐입니다. 하지만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제가 직접 고른 철학책을 읽으니 훨씬 다르게 다가옵니다. 거기에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이 플라톤의 주장 중에서도 <국가>를 중심으로 까는 책이니, 훨씬 읽기가 편합니다. 인용문이 나올 때는 지난 학기에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저번 학기에 <국가> 내용에서 '비판할 거리'를 찾느라 그렇게 고생했었는데,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 보니 문제점도 참 많았습니다. 플라톤을 읽을 때는 웬만하면 다 옳은 소리 같았는데 포퍼도 다 맞는 말로만 읽히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어쩌면 저는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지도 모릅니다.ㄷㄷㄷ 포퍼가 그만큼 대단한 사상가이고, 제가 <국가>를 휘적휘적거릴 때보다 50배는 더 열심히 그 책을 읽었을테니 누구나 생각하지 못할 여러 비판점을 찾았겠지요. 철학책주제에 잘 읽히는 책이니까, 저도 열심히 읽고 더 많이 생각해야겠습니다.


  버바네 휴게소를 연습장에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다 끝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릴 만큼은 그려보려구요.

'예전 글 > 일기(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8일 일상 후기  (0) 2012.06.09
9월 11일 일상 후기  (2) 2011.09.11
9월 5일 일상 후기  (0) 2011.09.06
9월 1일 일상 후기  (0) 2011.09.02
8월 이용 후기  (0) 201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