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의대 학생들에게 출교 조치를 내렸다고 합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받아 마땅한 결정이 내려져 참 다행입니다. 다른 직업도 아닌 '의사'라는 소임을 행할 사람들이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학우마저 성적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을 수준이면, 그들이 의사가 된 후 환자를 어떻게 대할 지 뻔하기 때문입니다. 스누라이프에서는 '곧 그들이 무효 소송을 내겠지...ㅉㅉ'와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뜨인 건 바로 아래 댓글이었습니다. 대충 '법 앞에서는 피해자나 가해자나 평등하니까, 우리나라 법이 어떻게 행해질지 이번에 제대로 볼 수 있겠군요.'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쁜 사람을 다 같이 비난하는 일은 쉽습니다. 사람들은 연쇄살인범이나 이번 사건의 가해자같은 사람들에게 여지없이 떼로 몰려들어 심판합니다. 이번 사건이야 어느 시각으로 봐도 가해자 측이 잘못한 게 확실하지만, 다수의 이름으로 심판내린 사건 중에는 용의자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건이나 외부인이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도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생각을 위한' 가능성일 뿐입니다. 평소 피해자가 '잘 놀았다'느니 어쩌니 하며 피해자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망발과는 결코 상관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이든, 사건의 전말을 다 아는 당사자의 입장이 아니라면 그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만 합니다. 이야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알고있는, 접근하기 쉬운 정보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접근하기 쉬운 정보는, 결국 '대중에게 어느 판단을 강요하는 집단이 강요하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쉬운, 자극적인 감정으로만 이루어진 정보일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사실은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썼던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죽인다는 것은 누구도 얼굴을 찡그릴 파렴치한 사건이었습니다. 거기에 한국인들이 느꼈을 '프랑스가 우리를 무시한다는 열등감'도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 역시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의 가해자들을 잔인한 부모로만 생각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가해자인 부모에게는 '아무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정'말고는 변호할 길이 없었고, '그 사정'은 책을 다 읽고서야 완연히 이해가 갔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현 서울시 교육감에 적용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언론에서 흘리는 것이 아닌, 진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100% 옹호는 아니더라도,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에 정치는 차악인 사람들을 뽑는 것이라고, 그런 염세주의자로 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글 > 일기(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8일 일상 후기 (0) | 2012.06.09 |
---|---|
9월 11일 일상 후기 (2) | 2011.09.11 |
9월 1일 일상 후기 (0) | 2011.09.02 |
8월 이용 후기 (0) | 2011.09.01 |
개강 준비기 (3) | 201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