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후기'를 쓰는 블로그, 즉 생활 속에서 '리뷰'를 쓰고 싶어 만든 곳입니다. '리뷰'라는 말을 쓰기가 싫어 굳이 '후기'라는 한자어를 끌고온 것 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맛집이나 새로 나온 전자기기 리뷰를 쓰면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기적이 생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리뷰라고 해봤자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사라 이런 글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은 미니홈피 들어오듯 방문하는 친구들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프리뷰'라는 말을 쓰고 싶을 때의 대안으로는 어떤 낱말이 적절할까요? 아시다시피 'preview'는 'review'를 하기 전, 물건은 구입했으나 사용을 아직 하지 않았거나,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사용 설명서나 광고를 보고 적는, 'review'보다는 짤막한 글입니다. 개강을 앞두고, '개강 프리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은데, '세상이용후기'라는 이름을 단 블로그에 '프리뷰'라는 말을 쓰자니 어색합니다. 리뷰가 후기가 되었으니, 프리뷰를 전기라고 써야 하나 생각하니 역시 이상합니다. 물건에 대한 내용이라면 어엿하게 '개봉기'라는 말을 쓰겠는데, 개강은 개봉하는 게 아니니 그럴 수도 없고, 생각한 끝에 '준비기'라고 썼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개강이 9월 1일이니, 학교에 가는 날이 닷새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학교에 가는 게 즐거울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것도 숙제마저 없는 방학이었는데, 이 끝이 설렐 줄은 몰랐습니다. 방학은 대학생을 소외되게 만듭니다. (단 주의, 여기사 말하는 '대학생'은 방학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내는, 미래 세대의 기수, 자라나는 아름드리 나무같은 대학생이 아닙니다. 제가 얘기하는 '대학생'은 저같이 방학을 잉여롭게 보내며 놀고 있는데도 노는 것 같지가 않았던! 대학생들을 말합니다.)
첫째는 신분으로의 소외. 방학을 함으로써 대학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던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돌아봅니다. 하루종일 띵가띵가 놀고있으니 백수가 따로 없거든요. 반 백수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부터의 소외입니다. 자신이 '대학생'임을 빼면 대체 무엇이 남는지 허전하고 두려워집니다.
둘째는 배운 지식으로부터의 소외. 한 학기동안 공부해 놓은 것이 방학을 지나면 사라집니다. 분명 공부를 한 건 열심히 했든 어쨌든 실제였었는데, 방학을 지나고 보니 싹 다 까먹고 만 것이지요. 과거의 노력(?)이 뇌세포 사이에서 증발한 만큼, 이는 지식에게서 소외당한 일입니다.
셋째는 자아 실현으로부터의 소외. 학생이 대학교를 다니면 공부를 하든, 과 활동에 참여하든, 동아리를 가든, 자신이 원하는 자아상에 가까워지게끔 노력하지요. 하지만 방학이 되면 자아실현은커녕, 방학 초에 세웠던 자기개발의 열정조차 사그라들고, 이맘 때 쯤 되면 이 끔찍하게 길었던 시간동안 내가 뭘 했나 의심하며 자기로부터 소외감에 빠지게 됩니다.
자아 실현으로부터의 소외는 곧 서로간의 소외로 이어집니다. 학교를 다니던 동안 친해졌던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를 않습니다. 자기 자신들이 소외당하는 동시에, 남들은 나와 다르게 얼마나 잘 지낼까 생각하며 연락을 하기가 꺼려지는 것이지요. 이런 병맛같은 암묵적 경쟁이 시작되면서 대학생은 대학생으로부터 소외됩니다. 이래서 방학은 나빠요. 그래서 결론은 다음학기부턴 계절학기를 듣겠다로 마칩니다.
뜬금없는 소외 타령을 했습니다. 방학하고 나서 샀던 50%할인 'How to read' 시리즈에서 마르크스 편을 보다가 불현듯 떠올라서 잊어버리기 전에 적었습니다. 방대한 마르크스의 저작을 전부도 아니고, 200페이지 조금 넘는 입문서를 힘들게 읽었습니다. 마르크스에 대한 내용을 이해는커녕 얻은 것이라고는 소외에 대한 패러디뿐이라니 씁슬합니다. 16권 중에서 13권을 읽었지만, 그 모두를 제대로 읽었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습니다. 하이데거는 읽다가 던졌고, 사르트르는 최면 상태에서 읽고 학을 뗐습니다. 철학자들이란 참말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어떻게 남들은 해석자를 붙여놔도 이해할 수 없는 사상들을, 머릿속에서 창조해냅니다. 거기에 500쪽이 넘니, 800쪽이 넘니 하는 책까지 써내려갑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철학의 범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운, 드라마 얘기가 더 많았던 윤리와 사상까지밖에 안 됩니다. 이미 다음 학기 시간표는 결정났으니까, 다다음 학기에는 서양 철학의 이해나 들으며 철학자들을 한 번 제대로 증오하는 기회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근데 계절학기 핵심교양-역사와 철학은 미학과 예술론밖에 없겠지.
제목을 개강 준비기라고 붙였으니 개강을 준비하는 내용도 적어야 옳겠지요. 오늘에서야 등록금을 냈습니다. 슬슬 대학교재를 살 준비도 해야겠지요. 인터넷이 좋을까요 학교 내 교보문고가 좋을까요. 서울 올라갈 짐은 언제나 챙길까요. 하나하나 따질 준비도 하기 전에 차라리 '소외'당했던 방학이 더 나았나 싶기도 합니다. 천성이 게으른 사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듣고 싶은 과목만 골라서 짠 시간표가 전부 성공했으니 이번 학기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요. 다사다난한 1학기에 비추어, 2학기에는 또 어떤 스펙타클한 일이 '시험기간만 골라서' 일어날지 기대됩니다. 2011학년도 2학기를 맞이하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뜬금없는 말로 글을 끝내겠습니다. 덧붙여, 9월 19일에 군대가는 내 친구도 잘 갔다 오시길.. 아아아
개강이 9월 1일이니, 학교에 가는 날이 닷새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학교에 가는 게 즐거울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것도 숙제마저 없는 방학이었는데, 이 끝이 설렐 줄은 몰랐습니다. 방학은 대학생을 소외되게 만듭니다. (단 주의, 여기사 말하는 '대학생'은 방학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내는, 미래 세대의 기수, 자라나는 아름드리 나무같은 대학생이 아닙니다. 제가 얘기하는 '대학생'은 저같이 방학을 잉여롭게 보내며 놀고 있는데도 노는 것 같지가 않았던! 대학생들을 말합니다.)
첫째는 신분으로의 소외. 방학을 함으로써 대학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던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돌아봅니다. 하루종일 띵가띵가 놀고있으니 백수가 따로 없거든요. 반 백수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부터의 소외입니다. 자신이 '대학생'임을 빼면 대체 무엇이 남는지 허전하고 두려워집니다.
둘째는 배운 지식으로부터의 소외. 한 학기동안 공부해 놓은 것이 방학을 지나면 사라집니다. 분명 공부를 한 건 열심히 했든 어쨌든 실제였었는데, 방학을 지나고 보니 싹 다 까먹고 만 것이지요. 과거의 노력(?)이 뇌세포 사이에서 증발한 만큼, 이는 지식에게서 소외당한 일입니다.
셋째는 자아 실현으로부터의 소외. 학생이 대학교를 다니면 공부를 하든, 과 활동에 참여하든, 동아리를 가든, 자신이 원하는 자아상에 가까워지게끔 노력하지요. 하지만 방학이 되면 자아실현은커녕, 방학 초에 세웠던 자기개발의 열정조차 사그라들고, 이맘 때 쯤 되면 이 끔찍하게 길었던 시간동안 내가 뭘 했나 의심하며 자기로부터 소외감에 빠지게 됩니다.
자아 실현으로부터의 소외는 곧 서로간의 소외로 이어집니다. 학교를 다니던 동안 친해졌던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를 않습니다. 자기 자신들이 소외당하는 동시에, 남들은 나와 다르게 얼마나 잘 지낼까 생각하며 연락을 하기가 꺼려지는 것이지요. 이런 병맛같은 암묵적 경쟁이 시작되면서 대학생은 대학생으로부터 소외됩니다. 이래서 방학은 나빠요. 그래서 결론은 다음학기부턴 계절학기를 듣겠다로 마칩니다.
뜬금없는 소외 타령을 했습니다. 방학하고 나서 샀던 50%할인 'How to read' 시리즈에서 마르크스 편을 보다가 불현듯 떠올라서 잊어버리기 전에 적었습니다. 방대한 마르크스의 저작을 전부도 아니고, 200페이지 조금 넘는 입문서를 힘들게 읽었습니다. 마르크스에 대한 내용을 이해는커녕 얻은 것이라고는 소외에 대한 패러디뿐이라니 씁슬합니다. 16권 중에서 13권을 읽었지만, 그 모두를 제대로 읽었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습니다. 하이데거는 읽다가 던졌고, 사르트르는 최면 상태에서 읽고 학을 뗐습니다. 철학자들이란 참말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어떻게 남들은 해석자를 붙여놔도 이해할 수 없는 사상들을, 머릿속에서 창조해냅니다. 거기에 500쪽이 넘니, 800쪽이 넘니 하는 책까지 써내려갑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철학의 범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운, 드라마 얘기가 더 많았던 윤리와 사상까지밖에 안 됩니다. 이미 다음 학기 시간표는 결정났으니까, 다다음 학기에는 서양 철학의 이해나 들으며 철학자들을 한 번 제대로 증오하는 기회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을 개강 준비기라고 붙였으니 개강을 준비하는 내용도 적어야 옳겠지요. 오늘에서야 등록금을 냈습니다. 슬슬 대학교재를 살 준비도 해야겠지요. 인터넷이 좋을까요 학교 내 교보문고가 좋을까요. 서울 올라갈 짐은 언제나 챙길까요. 하나하나 따질 준비도 하기 전에 차라리 '소외'당했던 방학이 더 나았나 싶기도 합니다. 천성이 게으른 사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듣고 싶은 과목만 골라서 짠 시간표가 전부 성공했으니 이번 학기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요. 다사다난한 1학기에 비추어, 2학기에는 또 어떤 스펙타클한 일이 '시험기간만 골라서' 일어날지 기대됩니다. 2011학년도 2학기를 맞이하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뜬금없는 말로 글을 끝내겠습니다. 덧붙여, 9월 19일에 군대가는 내 친구도 잘 갔다 오시길..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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