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전 글/일기(2013~)

2013.07.12

시간 개념이 없다. 사흘 후면 7월도 반이 지난다.


  좀 더 열정을 담아 살고 싶다. 지금은 사는 건지 살아지는 건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중독에 길을 가면서도 고개를 들면 잊을 글을 읽고있고, 배터리라도 닳아지면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조차 불안해 발을 동동 구른다. 난독증이 생긴 것 같다. 책을 몇 페이지 이상 못 읽겠다. 책을 읽다 핸드폰을 뒤지고, 그러다 또 서핑에 빠진다. 아직 읽던 두 권도 다 읽지 않은 채로 소설을 빌려보았다. 역시 읽다가 핸드폰을 켰다. 오락용 소설마저 집중력을 지키지 못한다는 소리일까. 핸드폰을 하지 않을 때는 공상을 한다. 가상의 세계를 그리고 가상의 주인공을 내놓는다. 내 머릿속 상상에조차 정작 나는 없다. 

  이곳에 이러한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 곳을 찾을 때마다 쓰는 내용은 그저 질책뿐이다. 왜 이렇게 사냐, 저번 학기는 몸이 바쁜 탓을 불성실의 핑계로 삼았건만, 할일이 없어 생각도 멈춘 지금은 어떻게 변명을 해야하나. 이렇게 자신의 결심 하나 지키지 못하냐, 아니, 결심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 두려워 하지 않았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이곳에  번호를 세어가며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그저 날짜만 지나가다 7월의 반이 지났다. 언제부터 내 의지가 이렇게 약해졌을까. 재수 시절의 내가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그 친구는 '서울대에 와버린' 늙은 내가 마냥 부러울까. 책 몇 쪽 읽지도 못하는 나를 경멸할까. 

  내가 사람의 숲에서 그나마 나로 버틸 힘이 있다면 그것은 선을 지키는 습관이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하는 마지노선이었다. 지금은 그조차 없다. 복습도, 독서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머릿속엔 실망이며 허무함, 합리화와 공상과 적당한 아픔이 떠돈다. 병신과 머저리의 동생인양. 오늘 대화를 하다 문득 내 생활에 변명을 하고 있었다. 



훗날의 나는 지금을 어떻게 볼까?


  계절학기를 듣는다. 생물학 실험 시간에 DNA 모형을 만들었다. 잉여력이 돋아 전사에 풀어진 DNA를 만들려다 구리선이 끊어졌다. 시험관에 담아 룸메에게 선물했다. 확실히 일찍 들을 걸 그랬다 생각은 들지만, 부담없는 수업에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기도 이 정도면 즐겁다. 

  공강 시간에는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사기 만화책을 읽는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한 게 어느새 통일 진을 지나 요즘엔 항우와 유방이 싸운다. 유방이 참 대단하다. 고우영판 시팔사략을 읽을 땐 저런 한량이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나 싶었는데, (천하통일까지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모으고, 또 그들의 말을 듣고 행동을 옮기는 모습이 대단하다. 또한 그 신하들은 어떠냐. 참수당하기 직전에 세치 혀로 살아남은 한신은 또 어떤가. 시대는 변했지만, 오늘날 역시 자신을 내보이는 능력이 성공을 결정한다. '관계의 본심'에서, 겸손은 남들에게 호감은 부를지 몰라도 능력은 낮춰보게 한다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말과 마음 수업은 재미있다. 교수님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강의를 한다. 내용은 깊지 않지만 강의력이 좋아 잘 들어온다. 조모임도 잘 돌아간다. 설문지 페이지를 만들고 있으니, 이르면 화요일부터 실험을 시작할 것 같다. 

'예전 글 > 일기(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7.31 다시 언젠가의 나에게.  (0) 2013.07.31
마우스 어플을 만들어 달라.  (2) 2013.07.31
2013.6.5  (0) 2013.06.05
2013.4.13  (0) 2013.04.15
우왕 GTQ 합격  (0) 201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