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돌이가 수능을 치니 오늘부터 과외가 끝났다. 중간고사 기간도 어느새 지났다. 글이 당기는 밤이다. 누구나 바쁜 일정이 지나고 숨을 돌리다가도, 바뀐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쁜 내일을 깨달으면 다시 숨이 답답하게 막힐 법이다. 그 정도야 일을 하는 모두가 느낄 허한 정서 아닌가.
하지만 그 중 누군가는 생각이 한걸음 나아갈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분명 '아무 일도 없을 때는, 그 때라고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물으리라. 그 때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면? 이러한 질문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터이다. 바쁘면 적어도 고민할 새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 데는, '요즘 밤이 짧아졌기 때문에'라는 실없는 말이 더 어울린다.
'대상이 없는 정서'가 존재한단다. 사실이라면 탈탈 털어도 시덥지않은 꼬리표만 나올 내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는 요즘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가끔은 진짜 두통마저 찾아와 앞이 아득해진다.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힘든 일들을 이야기했다. 내년에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한 친구다. 그런데 여행 계획을 짜는(복잡한 예약이 아니라, 그저 갈 나라와 도시를 정하는) 설렐 순간마저, 지도를 긋는 선이 돈으로 보이니 우울해지더라. 내 마음이 멀쩡한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토플 공부를 하면서는 교환학생을 가는 순간만을 꿈꾸었는데, 막상 몇 달 앞으로 다가오니 내가 나를 낯선 곳으로 놓아줄만큼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이 든다.
어찌되었든 나는 마음을 학문으로 공부할 학생이다. 그러니 이 순간에도 물어보자. 나의 이 자잘한 걱정들(+짧은 해, 추운 날씨, 가을이지만 흐린 하늘, 교환학생 경비)을 전부 더하면 지금 이 우울한 마음으로 등식이 성립할까? 마음이라는 우주에는 수소가 헬륨으로 뭉치며 빛을 태우는 별처럼 나의 정신을 태우는 걱정들이 숱하게 박혀있다. 그 걱정들 사이마다 정체 모를 암흑 물질이 도사려 나의 소박한 우주를 온통 암흑으로 물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아니면 그냥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블랙홀처럼 보이지 않은 걱정과 인정하기도 싫은 생각들이 우주 구석구석에 있을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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