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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2013.12.16

글씨가 왜 크고 작게 나오지?? css를 잘못만졌나..?




학관 앞에서 자보를 읽다가 엉겁결에 인터뷰를 당했다. KBS '방송'이었다. 언론에 글이 아닌 영상으로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말을 못해서 뉴스에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말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도 같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번 학기에 인지부조화애 대해 배워서 그런지, 누군가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강화되어 정말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순간 불안했다. 다행히(?) '행동을 부를 만한 말'이 입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자신있게 나온 내 '의견'은 '결국엔 끼리끼리 모여 자기들끼리 소통에 만족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글을 통한 논리적인 소통이 가능하리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봅니다.'였다. (이렇게 확실히 말하지는 못했다. 그대로 읽었다면 아홉시 뉴스에 한 꼭지 나올 기대라도 걸텐데.)


주제를 내려놓고 사건만 보자면, 인터뷰에서도 말이 나왔듯 나는 이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다. 모두가 거리에 나가지 않더라도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학교에서 특정 단체의 자보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건 손글씨 자보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의 자보 소통도 완전히 민주적이지는 않다. 반대 자보를 써붙이려면, 지금 자보를 붙이는 사람들보다 배의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완벽히 민주적인 소통 방식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이 추운 날 새벽에 자보를 찢고 손가락을 인증하는 자들이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누구와 누구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싸움입니다.'류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는 어떻게 되든 누구는 이득을 얻고 누구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니까. 학생들이 시흥캠퍼스문제를 법인화보다 더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당연하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주 인용되는 시가 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슷한 행으로 끝나는 그 시말이다. 하지만 이것까지 인용하며 학생들에게 거리에 나오라고 설득해도 대부분 학생들은 의제에 무관심하다. (사실 관계를 넘어뛰고) 지금의 사건에 대해 '선동'이라 말할 때 쉽사리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물론 이런 말에는 구글링이 답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소수를 빼면 의제에 간접적인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시흥 캠퍼스 RC가 2014년부터 시작한다면 투표 참여가 두 배로 늘었을 터이다.




까짓것, 이게 다 다 변명이지 뭐. 그러니 이 시간에 따뜻한 기숙사 안에서 블로그에 글이나 쓰고 있지 않나. 

이 죄책감을 빌미로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너무 쉬운 정보만 믿고 나가서도 안되겠지만. 행동이 문 밖을 나서면 책임이란 꼬리가 붙는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서 나는 과학을 좋아했다. 과학은 truth와 fact가 상통하는 유일한 분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에 정치가 달라붙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결국 진실의 힘이 정치를 이겨내는 것이 과학 아닌가(2005년에 있었던 사건처럼). 가치판단을 잠시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은 과학자만의 특권이다! 그렇게 믿어온 과학이 정말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 이번학기 과학철학을 신청했다. 강의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내 신념과 머리는 도리어 한 방 씩 얻어맞고 말았다. 


말하자면 이게 다 쿤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과학자와 과학도들을 점점 더 진리에 가깝게 인도하고 있다는 관념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과학혁명의 구조, p 288)" 말하자면 과학으로도 truth를 찾을 수 없다는 소리. 저 한 문장만 읽었다면 콧웃음을 쳤을 내용인데, 과학혁명의 구조를 다 읽고 보니 그 자잘한 예시들에 반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신념에, 저 문장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저 한 문장을 받아치기 위해 몇 주일을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전에 쓴 비평보다는 괜찮은 글이 나왔다. 발표에 걸린 덕에(?) 비판도 많이 받았다(질문이나 비판이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읽고 이해할만한 글을 썼다는 것이니 만족한다). 



자, 이제 같은 주제의 기말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모레가 마감이다. 막막하다. 과학을 지켜내는 동시에 지금까지와 다른 글을 쓰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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