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사람들은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그것이 특별히 즐거움을 부르지 않으면서 머리로 생각하기에도 비합리적이라면 사람들은 그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이 즐거움이고 무엇이 올바른지도 대충은 안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설사 그가 을이라 해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을은 비합리적인 명령을 받기 마련이다. 갑도 처음부터 비합리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명령받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비합리적인 명령을 받은 을은 마음 속에서 명령의 비합리성을 따지지만, 결국에는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한다. 그가 무지막지한 분노를 느꼈든, 인지적 부조화가 일어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이 자기 자신의 합리성의 기준에조차 중요하지 않은 존재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므로로 굴종한 을은 갑의 합리적 계산에 들어갈 자격도 없다. 언젠가 을 하나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비합리성은 현상 유지는커녕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 전에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가 어느 한 순간의 스쳐가는 관문일 뿐이라면 참는다손 치지만, 그러한 굴종 하나 하나가 결국 을의 노예의식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 정치적인 문제만도 아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나의 사고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이 참고 다그치며 살았다. 차라리 멍청했으면 나았을 노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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