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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2013. 12. 18

마음 속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지.


생각을 표출하기를 좋아한다. 듣는 이가 있으면 물론 더 좋지만, 그리고 그가 내 생각과 다르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듣는이가 없고 읽는이가 없어도 상관 없다. 이 일기를 왜 쓰고 있겠나. 머릿속에 떠다니던 무형의 생각이 말이든 글이든 어떠한 형식으로 다듬어지는 것은 마치 장난감이나 퍼즐을 조립처럼 재미있다.

재미라는 말로는 모자란다. 이것은 쾌락적이다.


생각이 반박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 그런 면도 있구나'도 좋지만 '아, 내가 이 문제에서는 완전히 틀렸구나.'라는 깨달음이 드는 순간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격언도 있지만, 지적인 대화에서의 패배는 문자 그대로의 승리이다. 고민하고 인정하면서 생각이 나아가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이러한 기회를 생기는데 승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일상에서 이런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생각이 반박되기는커녕(반박될 일이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 비슷한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니 당연하다.) 생각을 표현할 일도 거의 없다. 여러 사람들과 말은 참 많이 하지만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신변잡기고, 대화의 대답은 반사 운동을 하듯 바로 나오기 일쑤이니까. 유일한 즐거움은 언제 개드립을 칠까 정도? 이런 대화가 무익하거나 즐겁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생각을 내뱉는 순간만큼의 쾌감은 나오지 않는다.


어떤 주제든 성역 없이, 뒷끝없이 토론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겨울의 외로움을 이렇게 느끼나보다. 나는 나의 생각이 고픈 만큼 네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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