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하면 단연 음악이다. 애초부터 아일랜드에 교환학생으로 오면면 다른 건 몰라도 아일랜드의 악기 하나만은 배워오고 싶었다.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 날,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흥을 돋워주는 멋드러진 휘슬 친구가 있었다. 무턱대고 그에게 악기를 배우고 싶다 하니 아일랜드 전통 음악 동아리 Tradsoc을 소개해주었다! 수요일에 학생회관으로 오라며, 수첩에 메일을 남겨주었다.
수요일에 학생회관에서 멋진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들었다. 게다가 바로 다음날에 Devitts Pub라는 곳에서 공연을 한다고 초대받았다!
여기까지가 오밤중 아이리시 펍에 술 마시러 음악을 들으러 간 사연이다.
Devitts pub은 city centre에서도 한참 떨어진,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Leeson street에서 내려 구글 지도를 켰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헤매며 Devitts pub을 찾았다. 휘향찬란한 City centre가 아닌 덕에 차분한, 골목의 조명이 아름다웠다.
타국에서 밤 골목길을 함부로 걷기란 이방인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게다가 두 손에 꽉 차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영락없는 관광객이다.
겁대가리를 슬슬 상실하는 걸 보면 아일랜드에 익숙해지기는 하나보다. 물론 친구와 같이 갔으니 가능한 일이다.
시끌시끌한 골목에 다다르니 그제서야 차와 사람들이 보였다. 어디 밤이든 술집 근처에는 사람들이 있다.
마침내 도착한 Devitts Pub. 입구에서 flatmate Amy를 만났다.
(방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집을 같이 쓰는 친구들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Flatmate라고 한다. 미국식으로는 Housemate가 맞다.)
초급 게일어 수업을 듣는 친구를 따라 왔다는데,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기가 어색했던듯 싶었다. Amy와 함께 Pub에 들어왔다.
운좋게 Bar에 자리가 비어 끼어앉았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술집의 Bar인가 싶었다. 술을 주시는 주인 할아버지는 인상이 참 친절했다.
술집 입구 편에서 Tradsoc 사람들이 흥겨운 아일랜드 음악을 연주했다. 하모니카를 부는 동네 할아버지도(?) 합세해서 멋진 음악을 완성하고 있었다. 사진에는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휘슬에서 아코디언까지 아일랜드스러운 악기는 다 모여있었다. 한 번 듣고 날아가는 게 가락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아일랜드의 술집이라면 기네스가 빠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네스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Amy의 추천에 다른 술에 도전해보았다.
바로 Bulmers라고 하는 아일랜드 사과주.(Cidar는 우리나라를 빼면 사과주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의 사이다는 스프라이트)
맥주처럼 약한 도수에 알콜향이 나지 않았지만 은은한 사과향에 맥주보다 맛있었다!
한국에서 배워온 lightweight(술이 약한 사람)를 써먹으니 Amy가 turn up이라는 속어를 하나 더 알려주었다.
대응하는 우리말로는 '맛이 갔다' 가 딱이다.
lightweight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 잔 마시고 바로 맛이 가서 돌아오긴 했지만, Tradsoc 친구들과 친해진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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