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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아일랜드와 영국

Grafton Street, 거슬러 올라가 Trinity College까지

아일랜드에 가기 전에는 Grafton Street이 우리나라의 명동같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오고나서 보니 이곳은 명동보다는 삼청동이나 인사 동에 가깝다.

여러가지 전통 기념품부터 버스킹까지. 아일랜드답게 펍은 곳곳에 빠지지 않는다.  

아일랜드 락 밴드 The Script의 Before the worst 라는 곡에는 비 오는 날 Grafton Street에서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는 가사가 나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심지어 비가 오는데) 하는 프로포즈다.

당연히 노래를 들으면서는 그런 프로포즈를 누가 받아줄까 싶었다. 

다행히 이방인의 눈에 비친 더블린 거리는 그 정도 낭만은 있었다.


(그러고보면 아기자기한 집들이 한 번에 보이는 삼청동 언덕 위도 프로포즈 하기에 잘 어울린다)






Stephen Green Shopping center에서 5유로짜리 샌드위치+핫초코를 마시며 창밖을 찍었다.


아일랜드는 음악을 빼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나라다. Grafton Street이 시작되는 Stephen Green Park 앞에서도 몇 명이 번갈아가며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기억에 이 분은 Stairway to Heaven을 불렀다.

조리개를 제대로 조이지 않고 찍으면 이런 사진을 찍고서 나중에 후회한다ㅠ



쇼핑 센터에는 별 가게가 다 있었다. 게임 가게부터 생활용품과 스포츠 의류, 예술작품까지. 

일본 예술품을 파는 가게의 아저씨는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며 미래 세계와 아시아 정세에 대해 대해 일장 연설을 하셨다. 

교환학생으로 UCD에 다닌다고 하니 구글에 UCD students attacked를 쳐서 보여주시며 밤에 다니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알려주셨다! 



저 keep calm and ***는 어디서 퍼져나갔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단 영국이나 이쪽 사람들 유행이다. 



물론 내가 있던 저 건물의 이름이 Stephen Green Shopping Centre였는지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



Grafton Street은 왼쪽으로 가면 나온다. 지도로 보면 맨 아래에서 출발하는 지점이다.



걷다보면 three(아일랜드의 통신사)같은 아일랜드에만 있을 가게도 보이지만 어째 익숙한 간판도 조금씩 있다.





재즈 밴드의 버스킹



더블린 시내에는 이런 뚜껑없는 2층 버스가 돌아다닌다. 몇 안되는 유로에 24시간동안 시내를 도는 관광버스다.

물론 평소에 타는 버스는 뒤에 오고 있는 평범한 2층 버스다. 한국인으로서 현재까지는 2층 버스가 신기해서 항상 2층 맨 앞자리에 앉으려 한다. 

하지만 모든 시내버스가 다 2층이다보니 교통카드를 찍고 계단을 올라가는 일도 점점 익숙해진다.



그렇다. 

어서 빨리 겨울왕국을 3D로 제대로 보아야 한다. 물론 여기서는 무자막이겠지만...ㅠ



등신대 안나 상. 모든 디즈니샵마다 다 있을테니 지구에는 몇 개의 안나 상이 있을까...!



시기를 잘못 타서 좋아하는 픽사보다 몬스터 유니버시티 캐릭터 상품이 더 많았다. 뮬란도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중 하나로만 끼어있었고 타잔도 없었다ㅠ 

2층 건물에 디즈니랜드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어디 월E나 UP 관련 상품 없나요...



저 예쁜 성당도 어느 유명한 관광지일줄 알았는데 그냥 성당이었다. 그냥 시내 성당. 



물론 가는 길에 들어가면 삐에로 닮은 점원에게 장기를 뺏길 것만 같은 카페도 있었다.



사거리만 들어서면 노점이 많았고, 아일랜드나 켈트 관련 물건을 파는 노점이 특히 많았다. 이 정도면 정말 한국의 인사동이 떠오를 법하다.

하지만 켈틱 목걸이의 가격만큼은 절대 노점답지 않았다. 



여기쯤 오면 Grafton Street이 끝난다.




아일랜드 어느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지난다.

이 나라 독립운동가로는 영화에 나왔던 Michel Collins와 초대 대통령 Éamon de Valera. 마지막에 영국 여자와의 간통으로 정치 생명이 끝난 Parnell정도만 안다.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부러운 몇 가지 중 둘은 거리의 이름과 동상들이다. 모두 독립운동가나 건국 영웅들이다.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광화문 한복판의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도 좋지만, 조금 가까운 역사의 위인들도 어떻게든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야 했다.

적어도 그분들의 이름과 그 모습이 시내를 걷는 시민들의 눈에 담아든다면 

친일파의 자손이 떵떵거리며 날뛰고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분들의 자손이 힘들게 사는 지금같은 상황도 훨씬 줄었을 것이다.


예쁜 건물의 문을 지나니 Trinity College가 보인다.

100년도 전에 영국에서 아일랜드 인들의 고혈을 짜내어 만든, 아름답지만 슬픈 대학이다.

(반면 UCD는 아일랜드인 스스로 만든, 자랑스럽지만 황량한 대학이다..;;) 



아일랜드 테마를 쓰는 내 노트북에는 가끔 저 탑이 바탕화면으로 나왔다. 그러니 나는 저 순간에 컴퓨터 바탕화면을 실제로 보고 있었다!

저 바탕화면을 처음 볼 때는 이곳이 아일랜드의 어느 곳인지도 모른채, 그냥 언젠가 갈 수 있겠지 싶었다.

역시 꿈은,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리 미룰지언정 결국 이루어진다.



오래된 건물에서 학문의 향취가 느껴질 법도 하다. 이 대학 출신의 가장 대표적인 아일랜드 문학가라면 오스카 와일드가 있겠다.

영국인들이 지은 대학답게 이곳은 카톨릭을 믿는 절대 다수의 아일랜드 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제한이 풀린 때가 영국에서 독립하고도 한참 후인 1970년대였으니, 이미 만들어진 부당한 관습이 얼마나 오래가는지를 보여준다.


경성 제국 대학이 1980년대까지 신토를 믿지 않는 한국인 학생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대충 아귀가 맞으려나?



Trinity College 도서관에는 귀하디 귀한 켈트 문서가 있다고 들었다. 

시내를 정복했으니 더블린 끗! 일줄 알았건만, 더블린에서도 가보지 않은 곳이 아직 훨씬 많다. 



아일랜드는 한반도보다 약간 작지만 산과 평야의 비율은 반대다. 대부분 지형이 평탄하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UCD에도, Trinity College에도 많다. 아니 그냥 더블린 전역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자전거 주차봉(?)이 많이 구비된 UCD와는 달리, Trinity college에는 이렇게 잔디 옆 울타리에 세워진 자전거가 참 많았다.

여러분 Trinity college가 이렇게 위험한 곳입니다. 자전거 세울 곳도 없어요!


Trinity college를 잠깐 구경하고 돌아오니 우리학교 UCD가 너무 황량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