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일랜드의 서쪽에 있는 골웨이에 갔다.
골웨이는 아일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음악과 굴로 유명한 곳이다. 때가 2월이라 굴은 냄새도 맡지 못했지만
버스 안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과 그 아래 동물들을 엄마미소로 지켜보며 세 시간만에 골웨이에 도착했다.
더블린도 궂은 날씨라 하면 어디 뒤지지 않겠지만, 골웨이에는 도착하자마자 유독 비바람이 거셌다.
얼마나 바람이 불어대는지 파이프로 흐를 물도 죄다 밖으로 튀었다.
이런 날씨에 카메라를 드는게 케백이 건강에는 좋지 않았겠다마는.
5분만에 폭풍에서 맑음으로 바뀌는 게 또한 아일랜드 날씨다.
골웨이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면 얼마 걷지 않아 Eyre Square라는 광장이 나온다.
케네디 기념 공원이라고도 하는 이 네모진 공원이 골웨이의 중심지이다.
호스텔이 Eyre Square 바로 옆에 있던 덕에 시간을 아껴가며 시내 구경을 했다.
Eyre square의 변마다 이렇게 건물들이 늘어서있는데, 어느 귀퉁이에서 골목으로 들어서면 Williamgate street에서 시작하는 번화가가 나온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누군지 몰라봤지만 왼쪽에 있는 인물은 보자마자 와일드다! 하고 알아챘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모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때 행복한 왕자를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옆분은 역시 작가인 에드워드 와일드인데, 찾아보았지만 별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골웨이는 거리에 울려퍼지는 버스킹 외에, 독특한 모양의 클라다 반지로도 유명하다.
보석상 옆에서 견공과 함께 버스킹을 하시는 분.
악기점 앞에서 멋드러진 바이올린 연주를 하던 처자부터, 영화에서처럼 기타를 치던 청년
이렇게 수줍게 아코디언을 치는 사람까지, 이분들이 이 소박한 도시에 골웨이라는 매력을 맡았더란다.
하늘에서는 폭풍우가 치고 땅에서는 취객들이 쌈박질을 하던 한밤중의 골목에까지 버스커가 있었다.
심지어 더 많았다.
더블린에 리피강이 있다면 골웨이에는 코리브 강이 흐른다. 멀리 골웨이 대성당이 보인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거센 코리브 강 본류와 따로 잔잔한 여울이 옆에 흐른다. 사이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 강을 가른다.
아일랜드의 물은 기네스를 만든다.
신빙성있다.
지층의 토탄 때문에 저런 색을 보일 터이다. 볶은 보리나 알코올 때문은 아니다.
저 강에서 레프팅하면 장난 아니겠다. 그냥 얼어죽으려나? 하고 생각하던 중에
폭풍우 치는 한겨울, 동네 강에서 카약을 즐기시는 분을 발견했다.
물살은 사진보다 심하면 심했고, 사진을 찍는 사이사이마다 어김없이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코리브 강의 거센 물살은 바다에 닿고서야 제 색을 찾는다,
라고 하기에는 아직 바다라 보기 힘든 위치. 코리브 강의 동쪽 둑 부근이다.
1610년에 지어졌다는 Spanish arch는 이름 그대로 중세시대에 스페인과 무역 거래를 하는 곳이었단다.
바로 옆에 골웨이 박물관이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 가지 못했다.
강 건너편 구역은 클라다, 고유명사같지만 게일어로 '해안가'이다.
옛날 옛적에는 이곳에서 어부들이 월척을 낚았더란다.
해가 낮게 뜨고 낮게 지는 나라.
호스텔에 돌아와서 접수처에 앉아있는 히피 친구에게 근처에 맛있는데가 어디냐고 물으니
손짓 발짓 다 쓰다가 호스텔 밖으로 나와서 손가락을 가리키며 Skeff pub을 알려주었다.
이 술집 많은 골웨이, 그것도 광장 바로 옆에 뙇 하고 있는 가게이니
설렌 위장을 뱃속에 담고 광장의 모서리를 돌았다.
Eyre square의 쓰레기통에 케백이를 대고 찍은 사진.
골웨이의 야경도 야경이지만 16-45 빛갈림도 언제 봐도 참 예쁘다.
주변에 깜찍한 전구들을 달아놓아서 호스텔 앞에서부터 바로 보이는 이곳이 The Skeff.
대형 스크린에 럭비를 틀어놓아서 분위기가 시끌벅적 장난이 아니었다.
워낙 둥둥대고 시끄러운 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익숙해지니 나름대로 즐길만했다.
특히 아일랜드 팀이 골을 넣는 순간은, 펍을 떠나가게 울리던 환호성에 그때 하던 스포츠가 축구인지 럭비인지도 몰랐던 나조차 스크린을 보게 되었다.
음식은 고심한 끝에
'국수+연어'와 약쑥이 들어갔다는 닭가슴살을 시켰다.
이 연어 요리는
연어는 회쳐먹지 않으면 강을 거슬러오른 연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던
생선에 대한 나의 신념을
바꾸어놓았다. 세상에.
살다가 이렇게 맛있는 연어는 처음 먹어봤다. 기꺼이 스파게티 신님께 찬양을 올리자.
역시 FSM은 관대하셔서 국수에 연어를 주셔도 이리 맛깔나시다... 그러니 발로 합성해도 이해하실 분이시다.
그렇지만 검은 블로그 바탕에 흰색은 이분도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배경색을 바꿀 때가 되었나..
그리고 또한 위대하신 치느님
연어님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줘서 그렇지 닭요리도 괜찮았다.
다만 포인트인 쑥이 조금 입맛에 맞지 않더라.
여기에 아일랜드의 대표 술인 버머(기네스가 아니다)를 시키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다 먹고 호스텔에 돌아와 여행 온 다른 사람들과 말을 텄다. 한 쪽 둘은 독일, 한 쪽 둘은 스페인에서 왔단다.
폭풍우 치는 밤의 펍을 갔다가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어 다시 호스텔에 돌아오고, 여권을 챙겨들고 와서 아이리시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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