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ren은 게일어 단어 Boireann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뜻은 정직하게 '짱짱 바위' 되시겠다.
아일랜드의 여섯 밖에 없는 국립공원 중 하나이다. 돌아가기 전에 다른 데는 몰라도 이 여섯 국립공원은 돌고 올 생각이다.
아일랜드 최고의 절경인 모허 절벽에 가기 위해 관광 버스를 조사하는데
친구가 버렌 농장 도보 여행을 동반한 관광을 발견해 이걸 넣자고 설득했었다.
위키피디아로 찾은 버렌이 정말 돌밖에 없어서
이 황량한 땅에 볼게 뭐가 있겠나 싶었지만 일단 신청했었다.
여행 당일, 관광 버스를 타고 나니
그 꽉찬 버스에서 도보 여행을 신청한 사람도 우리를 포함해 넷뿐이라,
우리를 내려주자마자 버스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바로 훌쩍 떠나버렸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하지만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여기는 바로 내가 생각하던 아일랜드 자체였다.
게다가 이곳은 버렌에 한곳뿐이라는 도보 여행 장소!
외조부까지 평범한 아일랜드 농장이었는데, 손자가 관광업을 시작하고 집도 카페로 바꾸었단다.
안에서는 할머니께서 손수 만드는 핫초코와 초콜렛 종류를 팔고 있다.
이 훈훈한 분이 그 손자분 되신다.
이름은 존. 옆에 귀여운 친구는 야생 염소 빌리, 이 농장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이란다.
도보 여행을 많이 참여한 다른 관광 버스 사람들과 같이 갔는데, 빌리가 인기가 많아서 다들 한 컷씩 찍고 지나갔다.
나도 한 컷.
생긴 건 염소인데 사람들 소리에 호기심에 못이겨 울타리에 올라탄 저 모습은 영락없는 강아지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우비의 지퍼를 시식한다. 영락없는 강아지이다(2).
염소의 눈동자가 저렇게 생겼는지 실제로 처음 보았다.
농장 뒤에는 거대한 돌 무더기 산이 있다. 버렌 등산길이다.
농장에서 우비와 장화를 빌려준 덕분에 운동화 더러워질 걱정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산이라기보단 조금 큰 언덕이라 오르기 적당히 완만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쉴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그 때의 감동은 아직도 남아있건만 사진들은 정리하고 보니 다 똑같은 돌덩이였다.
버렌은 1 제곱미터에 200종 이상의 식물이 있을 만큼 종이 다양한 지역이란다.
특히 봄이나 여름에 오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는데, 겨울이라 꽃은 없지만서도 내게는 이 모습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버렌은 바위가 많아서 물이 잘 빠지는 지형이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 바로 이 버렌이라고.
장화를 신고 철벅거리면서 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영어를 잘못 이해했나 싶었지만
거꾸로 말해 이 나라에서는 전국에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 한 시간에 한 곳도 없다는 소리이다.
버렌의 바위는 전부 석회석이다. 유럽에서도 이렇게 석회석이 많은 지역이 없단다.
아일랜드는 제주도처럼 바람과 돌이 많다. 전국의 목장에도 울타리와 더불어 돌담으로 지역을 구분한다.
그 돌담을 다 짓고도 이곳 버렌에는 돌이 '산더미'로 남아있다.
넓은 자연과 특이한 지형이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풀들이 자라게 되었나보다.
날씨도 옅은 비바람을 무시하면 꽤 화창했다. 버렌을 보기에 최고의 날씨였다.
(아일랜드에 살면서 어지간한 비는 습한 안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무등산의 너덜바위가 생각난다. 다른 점이라면, 이곳은 사방팔방이 다 바위다.
Frozen의 트롤들이 실제로 있다면, 바다 건너 남쪽 친척들 거주지는 이곳이다.
언덕에 오르니 무언가를 묶어두면 바람을 이뤄준다는 나무가 있었다.
머리끈을 묶으려고 보니 여행길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
주머니에 있던 테스코 영수증을 묶었다.
너무 하찮은 걸 묶어서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내려가는 길도 풀과 돌멩이와 돌멩이와 바위.
언덕 아래, 전형적인 아일랜드 목장
'가이드 없이는 출입 금지'라고 하는 문을 살짝 열었다.
관광업 외에 농장일도 그대로 하고 있던지,
집 뒤뜰에서 알 수 없는 축사를 발견했다.
그리고 안에서 이렇게 귀여운 꼬마를 보았다!
꼬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어미 옆으로 도망가버렸고.
나는 꼬마를 발견하자마자 주인 할아버지께 발견당했다.
'가이드 없이 출입 금지'구역에 허락 없이 들어와서 미안하면서도 쫓겨날까 불안했는데,
그런 팻말이 있기나 하던 양 행복한 아일랜드 농부의 목소리로 'Hello!'하고 인사해주셨다.
돌아봐도 되냐고 물으니 '물론이죠!'하시며 도리어 얌전한 송아지들이 있다며 이곳을 보여주셨다.
송아지들은 토실토실한 몸으로 이곳에 쭈그려 있기도 했고, 젖을 빨러 어미 곁에 어기적거리며 걸어가기도 했다.
풍경부터 사람까지, 버렌은 정말 머릿속 아일랜드를 그대로 담았다.
마지막은 훈훈하게 빌리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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