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허 절벽은 images.google.com에 Ireland를 치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절경이다.
한반도보다 좁은 섬에 자연은 이렇듯 아일랜드라는 개성을 불어넣었다.
성, 갈매기, 절벽, 바다, 바다에 목숨 거는 아이리시들까지 완벽히 표현한 모허 절벽의 표지석이다.
골웨이 코리브 강에서 카약 타는 아저씨를 생각하면, 모허 절벽 아래에서 보트 타는 아저씨도 어색하지 않다.
절벽을 가는 길에는 이러한 추도비도 세워져있다.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상황이다. 실제로 모허 절벽에서는 1년에 200명 이상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거센 바람, 미끄러운 진흙, 사람을 잡아먹는 바다와 사람을 내치는 절벽까지,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곳을 끊임없이 찾는다. 정말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을 압도하는 절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 절벽 끝에 서 아래를 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될까.
물론 아일랜드에서는 이렇게 절벽 옆에 보호대를 세워두어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호하지만.
사람들은 보란듯이 울타리 너머에 새로운 길을 하나 더 냈다. 오른쪽은 발 디디면 떨어질 200m 넘는 절벽이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성이 보인다.
절경이 절경이라, 이곳은 미어캣이 셔터를 눌러도 걸작이 나올 장소이지만, 동시에 정말 잘 찍지 이상 미어캣이 셔터를 누른 사진밖에 얻지 못한다.
이 곳의 거센 바람과 깎아지른 절벽, 더 가까이 보고 싶어 가까이 나가는 발걸음과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을 사진만으로는 담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도 정말 걸을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흔한 '모허 절벽' 사진이 되고 말았다.
발자국에 물웅덩이 가득찬 진흙탕을 한 번 잘못밟아 미끄러졌다. 다행히 돌울타리 바깥쪽이었다.
모허 절벽의 별명은 새들의 고향이다. 그만큼 많은 새들이 저 절벽에 둥지를 튼다.
자신들의 호사를 알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도 날아갈 바람에 새라고 무사할까 생각하면,
저들도 목숨을 걸고 이 절벽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절벽 아래에 종종 갈매기가 날았다.
모허 절벽은 조금만 폭풍이 불어도 바로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는데,
이 날은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절벽 가까이 다가갈 만한 바람에, 맑은 하늘도 간간히 보였다.
절벽에 가깝게 사진을 찍기 위해 진흙밭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부산 태종대 바다가 생각나는 하얀 거품
하지만 이 바다는 지구 반대쪽 대서양이다.
바로 아래 바다는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고, 절벽 바로 앞에서 엎드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쳐도 넘어지지 않고 진흙이 미끄러워도 자빠질 일이 없었다!
파도가 넘실대는 모습은 가습기 연기마냥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엎드려서 찍은 사진(2)
투어 버스에서 허락한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했는데, 그 안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이 볼까 고민하며 움직였다.
어느 정도 간 다음에는 뒤로 돌아 멀리 보이던 성을 찾아갔다.
고대에 이 성을 짓던 켈트인(혹은 그 성을 앗아간 바이킹)은 자신이 정한(뺏은) 장소에 얼마나 뿌듯했을까.
시간이 지나 아쉽게도 이 소박한 성의 문은 철문으로 바뀌어, 걸쇠에 자물쇠가 단단히 걸리고 말았다.
한 쪽은 절벽, 다른 한 쪽은 바람에 나무 하나 나지 않은 황무지.
성 아래에서 보는 모허 절벽. 슬슬 절벽에서 내려와 기념품점을 구경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기적처럼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이 듣을 이야기는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밖에 쏘다니기보다는 집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는데 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밖에서도, 이렇게 아무 이야기 없이 장면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곳이 있다.
여행의 묘미는 이러한 해석되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나서는데에 있다.
너무 벅찬 자연을 볼 때면, 내가 없었을 때부터 내가 사라진 후에도 세상에 존재할 모든 것에 새삼스럽게 숙연해진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모허 절벽도 내가 글을 쓰는 이 순간마저
끊임없이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새가 태어나고, 성은 조금씩 깎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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