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웨이 시내에서 코리브 강 쪽으로 쭉 나오면 성 니콜라스 교회가 보인다.
(church를 교회로 바로 번역해도 될지 모르겠다. 개신교의 교회, 카톨릭의 성당 구분이 아닌, 규모가 작은 예배당 의미의 교회이다.)
산타 클로스의 유래가 되었다는 Saint Nicholas를 성인으로 모시는 곳이자,
신대륙을 탐험하기 전 콜럼버스가 들렸다는, 골웨이 시티에서는 꽤 유명한 장소이다.
맥도날드에서 4유로짜리 햄버거를 사 길거리에서 우적우적 먹고 있었는데, 니콜라스 교회 앞에 장이 서서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내부. 입구에는 여러 언어로 된 안내 책자를 두었고 교회 곳곳에도 여러 기념물들이 설명과 함께 놓여있었다.
하지만 더 눈이 가던 것은 여러 세기 동안 소박한 이들의 죽음을 새겨둔 비석들이었다.
벽마다 비석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그저 누구의 아내와 남편으로 살다가 신의 곁으로 갔다는 문구뿐이었다.
빛나는 십자가의 광원을 찾아 천장을 올려다보니 조명이었다.
멀리 보이는 붉은 촛불은 하나를 켜는데 1유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저렇게 기부를 받고 있었다.
전 국민의 90% 이상이 카톨릭을 믿는 신실한 나라 아일랜드.
아일랜드 서쪽 작은 도시인 골웨이에도, 음악과 사람으로 벅쩍대는 시내를 제외하면, 골웨이 대성당만큼 이곳을 대표하는 장소도 없다.
코리브 강 북쪽에 위치한 골웨이 대성당
미사 10분 전에 도착해 옆문을 열어 들어갔다.
미사가 시작하기 전이라 다행히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바깥 햇빛이 스테인드 글라스에 막히고 어두운 조명만이 성당을 비추는데,
영성이 바닥을 치는 나조차도 없던 신실함이 생기는 듯했다.
그 증거로, ①고요한 성당에 셔터 소리를 내는 일에 미안해졌고,
②예수 상 앞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는 골웨이 신도의 모습에 저절로 팔이 앞으로 모아졌다.
성물을 파는 곳에서 서성대다 곧 미사가 시작한다고 쫓겨났다.
미사를 알리는 종이 울리며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니 종교와 생활이 함께하는 소박한 아이리시들의 삶이 부러웠다.
며칠 전에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았다.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절규하는 예수를 보며,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면 그는 순전히 미친 자였음을 인정하라던 독실한 기독교인 루이스의 말이 생각났다.
항상 합리성을 곤두세우고 살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도 나쁠 건 없다.
어차피 종교가 아니더라도 요즘 세상에는 인민의 아편 노릇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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