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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아일랜드와 영국

Dublin zoo, Phoenix park. Dublin, Ireland

Dublin zoo는 1831년부터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열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 제일 큰 동물원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시작하는 서울대공원보다야 작다. 

하지만 이 동물원은 'Phoenix Park'의 한 구석일 뿐이다. 피닉스 파크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 무거울 것 뻔히 알면서도 망원 번들을 챙겨간 이유도 

더블린에 있는지도 모를 동물원의 동물들을 찍기 위해서였다. 

나의 동물 사랑을 만족시켜준 더블린 동물원, 그 존재에 먼저 감사하다.


동물원 입장료는 12유로(x1500원 = 18000원)였다. 워낙 비싼 물가에 익숙해진 터라 오히려 싸게 느껴졌다.





어디 사자일까 표지판을 보니 아시아 사자였다. 아시아에 사자가 있던 줄 몰랐다.


아프리카 사자보다는 작지만 위엄있는 사자의 모습.


포토샵으로 유리의 반사광을 지워보았다. 보기 싫었던 흰색 반사광이 사라졌다. 말끔하지는 않아도 이 정도면 괜찮다.



인도 호랑이




몸집이 작은 호랑이는 계속해서 같은 곳을 돌았다. 초소를 경비하듯 관광객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 호랑이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나 싶었다.

더블린 동물원은 그 규모에 비해 동물의 종 수는 적다. 즉, 동물 한 마리가 누리는 땅이 넓다. 저 호랑이도 벨그로브 레지던스 앞마당만큼의 땅에 살고 있었다.

동물들의 복지를 지키면서도 관광객의 즐거움도 잃지 않는 모습은 아름다웠건만,

그런데도 저 호랑이는 정신으로 불안해 보였다. 

날씨 때문일까? 인도의 호랑이가 아일랜드 날씨를 어떻게 버티겠나.

다른 호랑이가 못살게 굴었을까? 내가 구경하던 잠시 동안 호랑이들의 교감은 보지 못했다.

아니면 이곳도 자유를 느끼기에는 좁았을까? 



은빛 표범. 커다란 몸집에 무늬가 우아하다. 



동물원에 원숭이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동물원 가운데 거대한 호수 주변은 모두 원숭이를 위한 공간이었다.

원숭이 사진을 제대로 찍고 싶었고, 그래서 꽤 많이 찍었지만 몇 장 건지지 못했다. 

날씨가 추워 원숭이들이 다 안에 있었고(조명이 어두워 셔터 속도를 확보하지 못했고), 

누가 원숭이 아니랄까 쉴 틈없이 돌아다녔다(찍고 확인해도 죄다 흔들린 사진 뿐이었다).

이 귀염둥이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직접 찍은 사진이라 구글 이미지 검색에도 먹히지 않는다ㅠㅠ

어디 만화에서 본 것 같은데...




늑대는 회색 늑대 한 종 뿐이었다. 누가 늑대 아니랄까 잘 생겼다. 



아마도 시베리아 호랑이

앞서 본 호랑이보다는 훨씬 컸고 살도 통통하게 올랐다.


어디 달력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포즈를 잡는 친구도 있었고,




이렇게 사람들 바로 앞에서 졸음을 참는

서비스 정신 하나는 기똥찬 호랑이도 있었다.



이 발바닥이 너무 귀여워 사진으로 저장하지 않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았다.

주름과 세월이 패인 맹수라도 고양이과는 고양이과다.




피닉스 파크는 안에 사는 모든 동물들을 포용한다. 동물들을 따로 가두어 키우는 더블린 동물원도 다르지 않았다.

원래는 원숭이 차지가 되었을 호수 주변도 지금은 온통 물새 천지였다.

설명해주는 표지판이 없기는 관광객들과 같은 다람쥐도 객이 되어 동물원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폴짝



착지




거대한 사바나 구역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가 시간 당 오는 더블린에 어떻게 사바나를 만들어놓았다. 

꽤 그럴듯한 땅에, 한 곳에 사바나 동물들을 다 풀어놓은 점이 신선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타조와 기린과 얼룩말과 영양과 코뿔소가 저 안에서 알아서 무리를 짓고 산다. 




타조는 타조끼리



영양은 영양끼리



기린도 기린끼리 알아서 먹고 산다.

기린 먹이는 친절하게 나무 위에 달아주는 센스까지.



먹이 싸움 안 나게 얼룩말 먹이는 땅에 있다.



사바나를 지나면 '정글 지역'도 있었지만, 정작 동물들은 다 내부에 있었다.

역시 더블린에 정글을 만들기는 무리였나보다.


처음으로 '봉고'라는 동물도 보았다. 



순박한 얼굴에 아름다운 무늬가 돋보이는 봉고.

같이 간 친구에게 '봉고가 뭐임?'이라고 물어보자

'아 그거 얼룩말이랑 비슷한 동물임ㅋ' 라 대답해주었는데,

그 대답이 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얼룩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린과 더 가깝습니다' 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둘 다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에게 랫서팬더를 아냐고, 랫서팬더는 매우매우 흉폭한 동물이라며 한국의 유명한 짤을 보여주었는데

랫서 팬더는 네팔어였고, 영어 표지판에는 레드 팬더라고 나와있어서 괜시리 무안했다.



랫서팬더의 흉폭함은 국경을 가뿐히 넘는다. 




인생 무상에 빠진 랫서팬더.

 '저 놈 어떡해야 정신을 차릴까' 짤을 만들고 싶은 표정이다.



친구가 바다사자를 좋아해서 바다사자 먹이주는 시간에 일부러 맞춰 돌아왔다.

먹이주는 시간이 되기도 전에 바다사자들이 지네 발로 문을 열고서는 각자 방으로 쾅 들어가버렸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저 안에서 먹이를 다 먹고 나오나 싶었지만

다행히 몇 분 지나자 바다사자와 조련사가 나란히 나왔다.

엄마 사자 딸 사자 모두 조련사가 던져주는 물고기를 잘도 받아먹으며 깜찍한 묘기를 부렸다. 



사진의 포인트는 바다사자가 실수해서 먹이를 놓치기만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새.

아무리 동물원이지만 새가 너무 많았다! 웬만한 우리에 새가 한 마리씩은 있다.

저 새 말고도 바다사자 수족관 옆에서 먹이를 노리는 갈매기도 있었는데, 헤엄치던 바다사자 꼬리짓에 화들짝 놀라 도망갔다.



자기 우리가 있는 몇 안되는 조류인 플라밍고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은근히 무섭다.

저 눈빛이 무서웠는지 플라밍고 우리에는 다른 물새가 없었다.




동물원 막바지에는 '농장 동물들' 구역이 있었다. 

식탁에 오르는 동물들을 따로 모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아일랜드야 시외버스만 타도 벌판에 소, 말, 양이 풀을 뜯고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어디를 가나 토종닭은 예쁘다.



맛있는 아일랜드 우유를 만드는 젖소



뒤에 있는 '맛있는 아일랜드 소고기가 될 소'가 자꾸 젖소의 엉덩이를 핥아서 보는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다리 짧은 아프리카 염소와 닭



비율의 힘이란 대단하다. 저 늙은 염소가 귀여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미어캣은 미어캣 레스토랑 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레스토랑 간판도 미어캣 얼굴이다. 미어캣만 특별 대우하는 동물원이 지구상에 존재했다!)

사막 동물이라 레스토랑 안에서 키우나 생각했는데, 레스토랑은 유리로 막혀있고 미어캣 우리 자체는 외부에 있어서

불쌍한 미어캣들은 추운 더블린 바람을 다 맞고 있었다.

그나마 보통 미어캣들보다 밥은 잘 먹는지 통통해보였다. 


사막의 귀염둥이 미어캣은 멸종 위기 관심이 필요한 등급이다. 

그러고보니 이 동물원에는 귀염둥이들이 참 많다. 





특유의 귀여운 포즈를 내 앞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겠다는 저 도도함. 





길을 가다가도 개가 보이면 저절로 눈이 돌아가고,

같은 옷도 동물이 그려져 있으면 호감도가 배로 상승할 만큼 나는 동물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동물원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이지만, 내가 느끼는 기쁨만큼 동물들에게는 미안한 곳이다. 


더블린 동물원은 사람이 발품을 파는 만큼 동물들이 누리는 공간이 많았다. 

심지어 추위를 타는 코끼리를 위해 실외공간만큼 실내공간이 있었다. 거대한 '코끼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고 코끼리는 밖에서 놀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동물과 사람의 공존이 느껴졌다. 동물원을 돌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불쌍한 미어캣은 예외이다. 그냥 내가 미어캣을 좋아해서 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동물원의 호랑이부터 거리의 무뢰배 닭둘기들까지. 모두가 사람이 원해서 억지로 살게 된 존재들이다. 

모두를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제는 최대한 이들이 '살아가게끔'은 해 주어야 한다. 

더블린은 이 커다란 동물원과 더불어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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