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로 국립공원 언저리에 글렌달록이라는 소박한 마을이 있다. 더블린과 가까운 곳이라 Paddywagon의 당일치기 투어버스로 글렌달록을 갔다왔다.
처음 반겨준 이들은 죽은 이들이었다. 넓은 잔디에 비석만 제멋대로 박혀있었다. 이 땅에 산 자보다 죽은 이가 많을 것은 당연하지만, 여행지에서 묘지를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평화롭고 편안한 묘지라니.
크기도 모양도 제각기인 묘지들이 마을 안에 또 작은 마을을 이룬다다. 아일랜드에서는 길이길이 기억되라고 세우는 비석마저 이끼와 늙어간다.
뒤로 아일랜드에는 거의 없는 '산'이 보인다. 위클로 주가 아일랜드에 몇 안되는 고원지대이기 때문이다.
묘지 끝에 있는 watchtower에는 들어가는 문조차 없었다.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것일까?
천상의 요새나 다름없는 위클로 산 아래에서 켈트인은 조금 더 오래 살아남았을까. 무덤을 벗어나 호수를 보러 가기로 했다.
글렌달록은 엄연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그 사람들은 양을 치며 살아가는가 보다.
개를 사랑하는 아일랜드 인을 상대로 관광을 하면서 양을 키우며 먹고 살 방법은
사람과 같이 오는 개를 쏘는 것인다. 야호!
합리적이다.
개가 오기만을 매의 눈으로 지키는 양들. 북실북실한 털에 총을 하나씩 숨기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개를 많이 데리고 다닌다. 크기도 색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글렌달록에 개를 데려온 사람들도 당연히 있었다. 이분들은 양이 노니는 곳에서 아래쪽 호수(lower lake) 건너 맞은편 길로만 다녔다!
(개들은 지나갈 수 없는) 호수 가는 길.
'초록'색이 풀잎이나 나뭇잎의 색만은 아니라는 아일랜드 자연의 교훈.
글렌달록 관광 안내소.
저 나무는 여행객과 사진을 찍기 위해 태어나 몇 백년을 기다렸나 보다.
관광객을 위해 달아놓은 듯한 거대한 가지는 사람들의 엉덩이로 반질반질했다.
나무는 한국에서 온 키작은 관광객은 계산에 두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내가 앉기에는 가지가 너무 높았다.
위쪽(upper lake)에 도착하기 직전. 물은 맑고 얕게 흘렀다.
위클로 고원이 보이는 호수의 전경
한없이 눈 덮인 산을 보고 있으려니 맑았던 하늘이 서서히 전형적인 아일랜드 하늘빛을 띄기 시작했다.
'초록'색이 풀잎이나 나뭇잎의 색만은 아니라는 아일랜드 자연의 교훈(2).
이제는 이런 돌만 봐도 겨울왕국의 트롤들이 떠오른다. 나에게 Fixer-upper을 불러주며 크리스토프를 내놓아라!
글렌달록도 아일랜드 아니랄까, 토탄층을 거친 물색은 진한 기네스 빛이었다.
슬슬 갈색 물빛과 가로등에 낀 이끼에 익숙해지고, 잿빛 하늘에 관대해진다. 아일랜드가 일상이 되어간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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