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없는 월요일에 마음 먹고 Phoenix park에 갔다. Phoenix park는 시내에서 서쪽 끝자락에 있다.
UCD 입구에서 46a번 버스를 타면 종점이라 한 번에 갈 수 있다.
종점이면 당연히 가만 있다가 다들 내릴 때 내리면 되겠구나 하고 마음 놓고 더블린 버스의 wifi를 즐기고 있었다.
한낮의 버스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점에서 반대 노선으로 돌았다.
버스가 시내에까지 돌아가고 나서야 내려서 똑같은 버스를 타고 마음을 졸여가며 종점 Phoenix park에 도착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Phoenix Park는 유럽에서 제일 큰 공원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곳을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추진하려 한다.
정말 넓다. 따지고 들면 더블린 시내보다 더 넓을 성싶었다.
저녁에 학교에 돌아올 일이 있어서 제대로는 못 보더라도 어디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들어오면 숀 휴스턴 상이 있다. 부활절 봉기에 참여해 처형당한 독립운동가이다.
젊은이들이 일으킨 부활절 봉기는 비록 실패했지만 아일랜드의 독립 운동에 전국민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3.1 운동이 떠오른다.
독립운동가를 기리는데 아끼지 않는 아일랜드답게, 이곳의 반신상 외에도 더블린의 시내의 기차 역 이름도 그의 명예를 기려 '휴스턴 역'이라 이름을 지었다.
공원 입구 근처부터 큰 연못이 있었다.
새가 몰려있는 곳에서는 어느 분들이 빵조각을 주고 있었다.
빵조각에 이성을 잃고 달려오는 새들
순수한 백조의 눈망울이 마치
'여러분 이렇게 갈매기가 무서운 동물입니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새판이다.
항구도시답게 도시 어디든 갈매기가 있지만서도, Phoenix park는 바다에서도 꽤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갈매기가 많았다.
'UCD의 새'를 주제로도 포스팅 주제를 하나 건질 만큼 더블린은 그냥 새가 많다.
빵조각이 다 떨어질 즈음 갈매기들은 유유히 제 갈길로 돌아갔다...
새를 제대로 찍기 위해 망원렌즈로 갈아끼웠다.
이곳 갈매기는 연못과 바다를 구별하지 않는다.
묘하게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청둥오리
원앙!
빵 조각 주시던 분이 'mandarin duck' 이라 말씀하셨는데 찾아보니 원앙이 맞았다.
어째 이름마저 중국 오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금슬의 상징으로 유명한 이 새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곳이 아일랜드이다.
앞이 수컷, 뒤가 암컷이다.
원앙답게 부부가 다정해 보인다.
원앙은 멸종 위기 '관심이 필요한 등급'이다. 미어캣과 같은 급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종 등급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나은 편이다.
원앙은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더블린 호수에서나마 몇 쌍 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위 사진의 초라한 새가 암컷인지는 집에 와서야 알았다. 사진을 찍는 당시에는 이 새가 원앙의 짝이라 여겼다.
원앙 수컷 못지않게 화려한 이 새은 원앙 친구 아메리카 원앙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물 위를 떠다니는 원앙 수컷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새 한마리에 저렇게 우아한 색과 형태를 넣은 자연 선택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떻게든 암수를 같이 찍으려고 노력한 컷(1)
어떻게든 암수를 같이 찍으려고 노력한 컷(2)
당사자조들이 알았다면 비웃었을 일이다. 둘은 전혀 다른 종의 수컷이다.
빵조각이 떨어지자 일찍이 멀리 가버린 백조. 빵을 주던 분 말씀으로는 짝이 죽어 혼자 산다고 한다.
UCD의 백조는 같이 다니며 나란히 먹이를 먹던데, 혼자 남은 백조가 구슬프다.
렌즈를 바꿔 끼우기 전에 운 좋게 다람쥐를 세 마리나 발견했다!
두 마리는 땅에 있다가 도망가버렸고 나무에 있던 한 마리만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다람쥐야 한국의 우리 학교에서도 청설모와 더불어 많이 보았다. 이렇게 가깝게 사진으로 찍기 힘들었을 뿐.
커다란 사진으로 다람쥐를 보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찍었던 다람쥐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설악산을 갔는데, 산 중턱에서 닭고치 막대기를 갉아먹던 불쌍한 다람쥐가 있었다.
다행히 이 아이리시 다람쥐는 먹는 건 제대로 먹나보다. 손에 단단히 무언가를 쥐고있다.
이후로 오벨리스크를 구경하며 Phoenix park를 개척해 나가려 했으나
갑자기 폭풍우가 불어 패딩 후드를 뒤집어쓰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지도를 보니 갔다온 곳은 위 사진 다람쥐와 그 손 비율마냥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
더블린에 온지 고작 2주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더블린을 다 보면 안 되지.
피닉스 파크는 정말이지 날 좋은 하루를 여러 번 잡아 제대로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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