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견문/아일랜드와 영국

2013.01.13~14.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을 지나 더블린까지

사진은 넘쳐나니 짬이 나는 지금부터 정리를 해야겠다.



2014년 봄학기 해외 수학으로 반 년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University College Dublin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살면서 얼마나 이 나라를 떠날까 싶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아일랜드에 대한 동경을 놓지 않고 살아온 덕이다. 마음을 품고 있으니 언젠가는 되더라. 

농장 실습 한가운데였던 교환학생 발표날부터 출국일까지 날짜는 알아서 줄어들었다. 

설렘에서 부담감과 지루함, 두려움과 작은 후회로마저 변했던 마음이 공항에 들어서니 순식간에 초심을 되찾았다.




매년 세계 공항 순위의 1,2,3위를 다투다보니 결국 세계 공항 순위 자체를 없앴다는 전설의 인천 공항. 시작의 장소인 동시에 가족과 헤어지는 순간이다.


국 심사 때 배낭 가득한 전자제품을 죄다 빼서 보여준 일 말고는 무사히 통과했다. 새벽이지만 서울 대낮의 지하철마냥 사람이 꽉찬 셔틀을 지나 탑승장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올려놓고 한번쯤 사진을 찍어보았을 받침대를 발견했다.

인천공항 내 볼풀장엔 볼이 별로 없었다. 미끄럼틀을 내려오다 엉덩방아를 찍었다.



타고 가는 비행기는 네덜란드 항공 KLM의 밤비행기였다. 열 시간 넘게 날지만 지구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 해를 볼 수 없는 진정한 밤비행기였다.



빛이라고는 없던 탓에 창가에 앉았어도 인천공항 야경 말고는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 이륙 직전에 카메라를 내리라는 말에 쫄기도 쫄았지만 말이다.



살면서 세 번째로 탄 비행기였다. 첫 두번이라야 국내선과 일본이었으니 나로서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죽 뇌가 곤두서있었으면 비행기에서 수첩에 '오늘의 새로움 정도'를 계산해서 생각보다 새롭운 경험이 아니라고 자신을 설득했을까.



 

역시 감흥이란 바로 그 순간에 적어야 한다. 열흘 약간 지났을 뿐인데 저 낙서가 참 옛날같다.


항상 칠흑같았던 창밖과 점차 어두워지는 복도에 수첩에 글조차 쓰지 못했고, 이후로는 비행기 좌석의 스도쿠 게임과 불편한 쪽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10시간쯤 밤을 보내고 나니

환승으로 거치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 사진은, 날려먹었다.



밖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스키폴 공항은 굉장히 컸다. 크기로 따져 어디 인천공항만 하겠냐마는 

무빙 워크 대신 암스테르담 공항에 셔틀 하나 놔드려도 괜찮을 성 보였다. 



자정에 출발한 인천공항의 면세점은 슬슬 닫던 분위기였는데, 스키폴 공항의 새벽에는 문을 연 면세점이 많았다.

다섯 시간 동안 이 공항 안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원근법을 가볍게 씹어먹는 추파춥스는 둔기류에 걸려 다음 비행기에 가져가지 못할 것 같았다. 



공항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길에는 '청나라에서 도자기를 들여와 오늘 하루도 보람찬 더치 상인'다운 조명이 있었다. 



지난학기 축산학 세미나 시간에 네덜란드 외교관 분이 참 재미있었지. 하지만 무슨 말을 하셨는지는 알아듣지 못했다.

낙농업의 나라답게 여러 상징 중에도 젖소가 있었다.



겨울이었지만 공항 안이라 생각보다 따뜻했고 동시에 답답했다.

같이 교환학생 가는 친구는 부모님께서 여행 차 따라오셨는데, 처음 만났는데도 정말 잘해주셨고 무거운 짐도 많이 들어주셔서 고마웠다.


면세점 구경도 지쳐 종교 기도 구역 옆 라운지 의자에서 안대 끼고 자다보니 이륙 한 시간 전쯤 되어 슬슬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조금'은 아니었다.



무빙워크에서 보이는 하늘. 지구의 자전 방향을 따라가는 다음 비행기에서는 해가 뜨는 바로 이 순간이 계속 보일 터이다. 



더블린 행 에어링구스 비행기는 먼저 탄 KLM 보잉 747기보다 훨씬 작았다. 좌석도 여섯 칸밖에 되지 않았다. 

747처럼 비행기 좌석에 화면도 없어 이륙 전 안전 교육을 할 때도 승무원이 통로에서 직접 시범을 보일 정도였다. 

대한항공과 KLM이 공동으로 운항하던 전 비행기와 달리, KLM과 에어링구스의 비행기에는 어떤 한국어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영어에 멘붕도 잠시, 네덜란드 땅이 작아지기도 전에 바로 잠들었다. 



일어나서 창을 여니 비로소 창가 자리에서 기대하는 하늘 풍경이 보였다. 


역시 지구는 둥글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 아일랜드 해를 지난다. 바다의 물결과 구름의 그림자가 아름다웠다. 몇 번 사진을 찍다가 포기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비행기에서 자고 일어나니 바로 바다 위라 그 바다가 프랑스 옆인지 영국 옆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바다를 거친 후 보이는 이 땅도 처음에는 영국인줄만 알았다. 너무 낮게 난다 싶더니 도착해서 더블린 공항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