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land UCD의 Fred Cummins 교수의 인지과학 개론(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e)의 내용을 정리하고 보탠 글입니다. 그림 자료는 재사용 가능한 Flicker의 사진을 이용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재배포를 금지하고, 정정 및 이의 제기를 환영합니다.
1. 인지과학에서 인지란?
인지(Cognition)란 앎입니다. 앎은 아는 대상과 아는 이 사이, 주체와 세계 간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바깥 세상과 내가 느끼는 세상은 같은 세계일까요, 둘은 어떻게 이어지기에 저는 바깥 세상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주체와 세계 사이에서 '인지과학'이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주체입니다. 주체는 자신의 뇌를 통해 세계를 받아들이고, 행동을 통해 세계에 대응합니다. 인지과학은 뇌와 행동, 마음에 대해 연구합니다.
2. 뇌, 마음, 행동_ 뇌와 행동에 대하여
뇌, 마음, 행동 중에서 인류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대상은 뇌입니다! 뇌를 제일 잘 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둘이 '행동'과 '마음'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뇌에 대해 베일에 쌓인 부분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는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 세상에 몇 개쯤 있을지(...) 알고 있습니다. 뇌가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이 물질인 이상,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여러 층위와 관점에서 연구가 가능합니다. 오늘날 뇌에 대해 연구하는 신경 과학 기술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 뇌가 베일을 벗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행동은? 뇌에 비하면야 행동은 우리 일상과 퍽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고,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바로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행동은 뇌보다 훨씬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해석이 포함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서부터가 행동의 시작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다른 행동으로 구분해야 할까요? 똑같은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더라도 모두가 다른 행동을 보았다고 보고할 수 있습니다.
행동은 사회과학자들이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개인의 행동을 다루는 심리학부터 집단 간 상호 작용을 다루는 사회학이나 인류학까지, 사람들은 행동과 행동을 예측하는데 연구해왔습니다. 학제적 학문인 인지과학은 행동을 연구하는 사회과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3. 뇌, 마음, 행동 - 그렇다면 마음은?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마음에 대해 연구를 할텐데, 대체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은 위 그림에 나온마따나, 어디에 있을까요.
마빈 민스키는 간단하게 마음이란 뇌의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그에 의하면 마음은 그저 뇌 상태의 변화일 뿐입니다. 민스키는 우리가 뇌에 대해 아직 몰라서 그렇지,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마음도 달리기나 소화 과정처럼 충분히 물리적인 활동만으로도 설명 가능하리라 주장합니다.
신경과학자 로돌포 이나스도 저서 I of the vortex (한국어판_꿈꾸는 기계의 진화)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골격이 근육 안에 있는(내골격) 구조인 우리는 근육과 뼈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쉽게 생각해왔습니다. 우리에 비하면 외골격인 곤충이나 아르마딜로는 자기 신체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알 방법이 없었을 터입니다. (아르마딜로가 생각을 할 줄 안다면)우리보다 훨씬 움직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겠죠. 이 비유를 우리 몸의 유일한 외골격인 두개골에 적용해봅시다. 우리는 지금껏 뇌가 작동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뇌의 활동(마음)을 본래보다 신비롭게, 물질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여길 뿐입니다.
앞서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뇌가 물질이기 때문이라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이 뇌의 활동이 맞다면, 기술이 발전한다면 마음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헤치리라 호언할 수 있겠네요. 과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환영할 주장입니다. 영혼을 치우고 대신 그 자리에 뇌를 놓자구요! 지금까지 '정신적인' 활동이라 간주한 모든 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다들 현미경과 MRI 아래에서 풀릴 주제일 뿐입니다. 이야말로 진짜배기 일원론입니다.
글쎄요. 연구의 대상을 기억하고 철저하게 되물읍시다.
지금 블로그 포스팅이라는 외부 세계를 보고 있는 당신,
모니터의 빛에서 글자를 구별해서 의미를 읽어내고,
생각 없이 읽다가 '그러고보니 그렇네'라고 혼잣말처럼 떠오르는 생각,
그 생각의 주체인 자아,
블로그 주인장이 글을 헷갈리게 쓴다는 불평,
브라우저의 뒤로 버튼을 누르고 다른 사이트를 갈까 하는 고민
모두 뇌세포의 신호 전달만으로 설명이 된다구요?
모 아니면 도입니다. 민스키는 자아라는 독립된 실체에 대한 감각은 환상일 뿐이라 말합니다. 사고에 의해 사람이 뒤바뀌어버린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만 보아도, 변치 않는 자아라는 개념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지요. 민스키에 의하면 통일된 자아는 존재하지 않고, 그 대신 우리는 서로 다른 인지 활동의 집합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내'가 사라진 세상에, 그러면 내가 내리는 선택은 원래 누가 내렸던 것일까요? 우리가 기계나 다름없는 존재라면, 우리에게 자유 의지란 과연 존재할까요? 이에 대한 민스키의 대답은 '자유 의지란 무엇을 선택할 지가 아니라 언제 선택할지' 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뇌의 활동에 의해 어떠한 선택을 내리기 마련입니다. 민스키의 말이 맞아서 우리가 기계처럼 작동한다면, 설령 이 우주가 계속 반복될지언정 우리는 같은 선택만을 내리겠지요.
마음이 뇌의 활동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자아와 자유 의지가 환상이라는 말도 인정해야 합니다. 둘 다 인정하기 싫다면 민스키의 주장을 대체할만한 멋진 대안 이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볼거진 화두이지만, 오래 전부터 이에 대해 논의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The embodied cognition(한국어판_몸의 인지과학)에서는 일찍이 불교에서 말하던 착각뿐인 자아에 대해 언급합니다. 체화된 인지에 오랜 명상과 수련 후에는 비로소 자아가 환상임을 '마음으로' 깨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지과학은 주체와 세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학문이고, 이 관계를 일컫는데 '마음'보다 더 잘 어울릴 용어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파헤쳐질 수 있는지, 이제 인지과학의 힘을 빌려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부 > 인지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지과학이란 존재하는 학문인가 (4) | 2014.04.01 |
---|---|
인지과학 개론 정리 5-2. 시각 경로와 재미있는 뉴런 (0) | 2014.03.06 |
인지과학 개론 정리_5-1. 감각의 고정관념을 깨자 (0) | 2014.02.26 |
인지과학 개론 정리 1-2. 인지과학의 역사 (0) | 2014.02.24 |
인지 과학 개론 정리 (0) | 2014.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