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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북유럽

Tromsø, Norway, 낮

  트롬소는 노르웨이에서 북쪽에 다다르는 마지막 항구 도시이다. 살면서 언제 이만큼 지구의 북극과 가까운 곳에 오겠냐마는, 나는 오로지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 사람의 바람에도 무심하게 하늘은 산에 쌓인 눈과 같은 잿빛이었다. 다행히 오로라 없는 낮에도 작은 섬 트롬소는 아름다웠다. 풍경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 하늘과 땅을 덮은 무채색 배경에 사람이 새겨넣은 선명한 원색이 있었다. 비바람이 치는 궂은 날씨에도 케백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바다 근처를 서성이는데 마침 여객선이 도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고리에 밧줄을 걸어 배를 세웠다. 선체의 동그란 창문 너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잿빛 바다에는 군함도 몇 척 보였다. 계단 너머 갑판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거센 바람에 휘날렸다. 



다리 건너는 내륙이다. 맑은 밤에는 트롬소 시내에서도 오로라가 보인다는데, 이렇게 궂은 날은 오로라 투어를 신청해 다리를 건너 '오로라가 보이는 곳까지'가서야 오로라를 볼 수 있댔다. 누구한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관광 안내소에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 날은 러시아까지는 가야 오로라가 보인댔단다. 9시간 쯤 걸릴 거라고.




바꿀 도리가 없는 일에 걱정하는 성격은 아니었나보다. 오로라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광경에 넋이 나갔다. 섬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사진을 찍고, 몇 걸음 걷고 또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이 정도 풍경은 한국에서도 바다 근처에 눈만 내리면 생기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어선은 한결같이 원색이었다. 파도에 휩쓸리든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든 무조건 빨리 발견되어야 하니 당연하다. 항구 가장자리가 샛노란 이유도 마찬가지겠지.

바다에 사람의 천적이 없어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이곳의 온 풍경이 몇 대 있던 군함마냥 회색이 될 뻔했다. 



트롬소는 낮에 돌아다닐 곳이 꽤 있다. 당장 이 바다 옆은 극지 박물관이다. 그래도 바다 풍경만한 것이 없었다.  



항구에는 새 배가 들어오지만 육지의 집은 한결같다. 유럽 어디에선가 보았을 집들이 이곳에도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날이 저물며 슬슬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물에 비친 불이 더 빛나보였다.




흔들린 사진이 몇 장 남았다. 변명하자면, 사진을 옮길 때 작은 미리보기 사진만 보고 골랐다.  





어둑어둑해지는 항구에는 사진에 담기지 못한 바람 소리가 거셌다.





더이상 바다에 뜰지 못하는 배는 어떻게 될려나. 이곳에서는 그저 서서히 녹만 쓸어도 또 다른 풍경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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