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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북유럽

Voss & Flåm & Myrdal, Norway

피오르드를 보러 베르겐까지 왔다.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기차를 타러 나섰다.




베르겐 역. 중앙이 뚤린 천장에서 모네의 생 라자르 역 그림이 떠올랐다. 국제학생증을 보여주고 표를 끊었다.

비수기라 칸에 사람들이 없었다. 베르겐을 빠져나갈 때는 졸면서 가다가, 슬슬 멋진 절경들이 보이자 자리를 옮겨 다니며 구경했다.  

(떠올렸던 그 연작 그림 중 하나를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보았다. 세상에, 모네 그림을 직접 보게 되었다니)



열차가 보스 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를 구경하다가 바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려야 했다. 관광 사무소에 가서 물어보니

'어차피 님은 지금 가도 페리 못탐ㅋ 구드방엔 비추, 바로 플롬으로 가셈'이라고 해서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작은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베르겐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 덮인 산 아래 고요한 마을이었다. 옆에는 마을만큼 큰 호수가 있었다. 



마을을 둘러보니 한 시간이 남았다. 속으로 곰곰이 계산했다. '내가 한 시간 안에 이 호수를 돌 수 있을까?'

혼자 보내는 시간 + 아무 소리도 없는 고독 + 걷기 = 완벽했다!



물론 초반에는 산책하는 주민을 보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는 얼음 아래 공기가 하얀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예쁜 돌멩이들이 많았다. 건너편 눈 덮인 산과 자갈 가득한 땅을 번갈아 보며 걸었다. 호숫가에 얼어붙은 얼음마저 신비로웠다. 



땅에는 말뚝이 도미노처럼 박혀 있었다. 



진흙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저 물결무늬 땅은 딱딱했다. 이암 형성 과정을 눈으로 보며 호수를 빙 돌다보니 그 커다란 호수도 한 시간 안에 다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반쯤 돌고 보니 호수에 들어오는 개천이 있었다. 어떻게 건너려 해도 너무 넓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앞서 갔던 길을 되돌아오며 자갈을 골라냈다.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예쁜 산을 가렸다. 노르웨이에서 보낸 시간 중 손에 꼽을 행복한 순간이었다. 



패딩 후드를 뒤집어쓰고 돌아와 마음을 졸이며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플롬을 가는 길에는 지쳤는지 꽤 졸면서 갔다.  


잠에서 깨고 보니 날씨가 개었다. 


웅장한 산과 플롬 등산열차



아기자기한 역에 웅장한 기념품 매장이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 순간에 노르웨이 모자와(이제 와서 써보니 진지하게 안 어울린다) 플롬 자석을 샀다. 

한국어로 된 책자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없던 것 같기도 하고... 



등산 열차는 관광용으로 만들어졌는지, 붉은 빛이 편안하고 자리도 편했다.



차창에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는 건 바보짓이다. 유리벽은 풍경의 색을 절반 잡아먹고, 반사광에 자칫하면 얼굴이 나올 뿐더러 빨리빨리 지나가는 열차 안에서는 사진이 흔들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런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나중에라도 떠올리겠답시고 사진을 찍어도 돌아와서 확인하면 기억에 비해 초라하다. 알면서도 찍는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받아들이기에 내 눈은 차고 넘친다 생각해서 카메라에 옮겨담았건만.






산을 올라가다 보면 어디 폭포에서 잠시 멈춘다. 



성수기 때 가면 숲의 요정이 폭포에서 춤을 춘단다. 역시 풍경은 여름이라는 교훈을 안고 얼른 따순 열차로 돌아왔다. 



열차는 뮈르달 역에 멈추었다.



 오슬로 행 철도와 베르겐 행 철도 사이에 길다란 집이 하나 있는데 그게 뮈르달 역이다. 벽에 붙여진 운행 시간표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표도 베르겐이나 오슬로 가는 열차 안에서 끊는다. 뮈르달에서 베르겐 가는 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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