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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5월 26일자 일상 후기


  기숙사에 고양이 소리가 들립니다.
6인실 기숙사에 한 명이 새끼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지만 차마 쫓아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많은 나날입니다. 어제는 마룬5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돈 주고 콘서트를 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12만원 스탠딩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생수를 나눠준다는 말을 듣고 생각없이 옷 들어있는 가방만 딸랑딸랑 챙겨서 갔었는데, 치약을 먹으면서 갈증을 달래야 했습니다.-_-;;; 목이 탈 때마다 치약을 먹으니 침이 좀 고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Never gonna leave this bed는 거의 울면서 떼창했습니다. 제 듣기에 이 노래가 hands all over중에 제일 좋은 노래같습니다. 원래 시끄러운 분위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콘서트에서 잘 놀 수 있으려나(..) 걱정했었는데, 정말 기우였습니다. 슬슬 대학생활에 익숙해져 가나봅니다.
  
  학교 축제기간입니다. 우리학교 축제는 참가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도 있는만큼, 저는 멀찍이에서 바라보는 입장이었습니다. (축하사 분들 죄송합니다ㅠ) 오히려 저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음악 소리에 짜증을 내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룬5 콘서트에서 돌아온 그날 밤, 동아리 선배님 전화를 받고 축제를 하고있는 본부 앞 잔디밭으로 소환된 것입니다! 중앙동아리는 잔디밭에서 캠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신청이 늦어서 캠핑을 못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신청해서 꽤 좋은 자리에 다들 앉아계셨습니다. 가자마자 가방 던져놓고 콩콩이(지역에 따라 방방에서 트램폴린, 덤블링까지..)를 탔습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 때는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높게 올라가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동아리 선배님의 친구분이시라는, 오스틴이라는 미국인과 힘든 어휘력으로 몇 마디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나도 채식주의자였다, 근데 유도부에 들어오면서 포기했다(...)) 술을 마시면 잠드는, 참으로 감사한 술버릇 덕분에 몇 잔 마시고 바로 잔디밭의 텐트에 들어가 뻗었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날씨, 잔디와 제 등 사이엔 텐트 바닥 나일론 천쪼가리뿐이었지만, 그래도 잠들고 일어나니 새벽 하늘이 보였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다시 뻗었습니다. 11시가 수업이었는데 다행히 30분 전에 깨서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학기 초보다 각오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재수 때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수만휘에 수능 후기를 올렸었습니다. 그 때 같이 올렸던 일기장 중 한 페이지입니다. 이보다 진지하게 '대학 때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아라'하고 쓴 일기가 있긴 한데, 일기장은 광주의 집에 있습니다. 수능 전날에 무슨 여유였는지, 공부 얘기보다는 사람 사이 얘기를 적고 있었네요.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저는 독선적입니다. 재수 때는 의도적으로 사람 사귀는 것을 피했었는데, 요즘같이 매일 사람들을 만나는 때에, 성장한 바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배워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떠벌리며 다니기도 합니다. 실상이야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고, 그게 아니면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강의마저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3,4월만 해도 과제도 미리미리 해놓고 중간고사 공부도 참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은 그저 시간에 맞춰 과제를 제출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뿐입니다. 힘든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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