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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블로그 개설 후기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설치형 블로그에 대해서는 중학교때부터 컴퓨터 잡지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테터툴즈 2.0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서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대학에 오니 블로그 하나정도는 열 여유는 생길 성싶었습니다. 컴퓨터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옛날처럼 컴퓨터로 먹고살겠다는 생각도 버린지 한참이지만 이왕 여는 블로그, 어렸을 적 생각이 났습니다. 설치형 블로그하니 티스토리밖에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 없이 초대장을 구하는 일은 막막한 일이었습니다. 돈벌이도 없는 대학생이 웹 호스팅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어떻게 구하다보니 초대장을 받아 블로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올라올 때까지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했었습니다. 그 때는 한참 게임에 빠져있을 때였고, 일본에서 수입한 게임 공략책을 그대로 베끼고 스크린샷을 찍어가며 공략을 포스팅했습니다. 하이엔드 디카로 어설픈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게임을 좋아하고, 디지털 카메라가 DSLR로 바뀐 것 말고는 찍는 사람의 실력이 변한 것도 아닌데 그 때 블로그는 클릭하기도 부끄러워집니다. 굳이 초대장까지 받아가며 새로운 블로그를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역시, 언젠가는 클릭하기 부끄러워질 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땐 정말 하고싶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것처럼, 쓰고있는 글들은 1년만 지나도 분명 창피해질 터입니다. 일단 안 하는 것 보단 하는 게 낫겠지 하고 쓰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 생활을 그대로 넘기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기록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일기를 쓰지 않은 건 아닙니다. 지금 보면 그 때 그런 것도 있었나 할 정도로 기억나지 않은 일도 일기를 보고서야 떠오르게 됩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일기장을 샀었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 때, 그 힘들었을 때도 힘든 나름대로 일기를 썼는데, 지금같이 기분좋게 바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을 때에 기록을 하지 않는 건 낭비라고 판단했습니다. 블로그를 한다면,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하면 쓰기도 쉽고 나중에 보기에도 편하리라 결론내렸습니다.
  둘째로 글을 잘 써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글 연습을 하기 좋은 곳으로 블로그만한 곳도 없을 듯 했습니다. 레포트를 쓰면서 '블로그에 올릴 만한 글을 쓰지 마라'는 교수님의 말씀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 말씀을 듣고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어떤 글을 올릴지는 사람 나름이고, 오히려 글을 쓰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제로 쓰는 게 아니면서 동시에 읽을 사람을 가정하고 쓰는 글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중학교 때 블로그에 올렸던, '배설했던'이라는 낱말이 어울릴 글을 뺀다면 처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역시 많이 서툽니다. 자꾸 똑같은 낱말만 써서 익스플로러 텝에 국어사전을 띄우고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멋진 글을 참고하는 것도 아니고, 잘 쓰시는 분들에게 주의를 듣는 것도 아닌 채 혼자 끼적거려서 얼마나 잘 쓰게 될지 많이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먼저의 기록하고싶다는 이유로 꾸준히 쓰다보면 지금보다는 약간이나마 나아지겠지 싶습니다. 하루를 끝내고 글을 쓰다보면 머릿속도 정리될테니,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진 동아리에 들었으니, 사진을 올릴만한 곳도 필요했습니다. 동아리 홈페이지도 버젓이 있지만, 사소한 이야기를 풀기에는 아무래도 블로그가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xp에 올린 병맛 스타툰들도 정리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여러모로 개인적인 공간으로 쓰겠지만 진지하게 꾸려나갈 생각으로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써도 나중에 보면 '오글오글할 것입니다'. 이왕이면 그 때 엄청 오글오글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성장하지 않고서야 오글거릴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지식도 많이 쌓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늘기를 바랍니다. 쓰고있는 블로그도 그 성장의 연장선상에 있길 바랍니다.

  후기 없이는 모르는 곳에 가지도, 물건을 사지도 않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 전체에 대한 후기는 아무도 쓸 수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몇 천년을 살게 될지라도 세상에 대한 후기는 감히 누구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겪지 않고 쓸 수 있는 후기는 없는데, '세상을 완벽하게 겪을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곳 세상에서, 어쨌거나 저는 살고있습니다. 이왕 사는 세상 '제대로 써보고' 싶고, '제대로 쓰이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세상이용후기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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