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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5월 3일 동화책 모임 후기




  과 모임 중 책을 일고 토론하는 동화책이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과 이름에 어울리게 '동'자를 돌려 지은 모임입니다. 학기 처음으로 동화책 모임이 있었습니다.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였습니다. 선배님께서 열심히 참여할 신입생에게 책을 주셨습니다. 얼떨결에 열심히 참여할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많이 알려졌었지만, 현빈이 드라마에서 읽은 이후로 더 유명한 책이 된 그 책이었습니다. 재작년 수능이 끝나고 한가한 동안 읽기도 했었습니다. 형편없는 기억력에 다시보니 전혀 새 책이긴 했지만, 얇은 책이라 빨리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책을 일고 토론하는 일은 초등학교 때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고 하교길에 친구랑 얘기하던 아련한 추억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할 말은 없었고 동문서답도 많이 했습니다. 결론짓자면 굉장히 서툴렀습니다. 전부 읽겠단 생각으로 대충 읽고서 아무런 준비를 하고 가지 않은 탓이 컸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는 꼬인 정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생각해보게 된 점은 '비판적으로 읽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온갖 읽을거리 중 비판적으로 읽은 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번 책도 돌아보면 '정보성 글이니까 정보를 받아들여여지'하는 생각으로 저자의 글에 끌려다니기만 했습니다.
  여지껏 책이며 글들을 읽을 때면, 읽을거리를 선택한 것은 제 의지이니, 저자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도 제 의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 데에 대한 허울좋은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어렴풋이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어떤 글을 읽는 이유가 항상 제 의지인지 자신 역시 알 수 없을 뿐더러, 자신이 선택한 글일지라도 당연히 옳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없이 읽을지언정 안 읽는 것 보단 낫겠다 싶어 책을 잡았던 적도 많았습니다. 저 자신이 워낙 아는 게 없으니, 일단은 지식이라도 쌓자는 생각으로 무비판적으로 글을 읽어왔던 성싶습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하게 책을 읽어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혼자 생각할 나이도 되었으니, 이전의 낡은 습관은 버릴 때도 되었습니다.
  이태껏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읽을 때마다 무언가 깨닫기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긴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책들마저 생각없이 읽었나봅니다. 생각, 생각, 계속 같은 낱말을 치고있지만 정말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지만 제 힘으로 생각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니, 얼마나 더 세상을 살아야 오롯이 제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 많이 겪어보고 많이 살아보는게 그나마 방법이겠다 무책임하게 결론짓습니다. 적어도 다음번 책에서는 비판적이진 않더라도 제 생각은 하면서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