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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우리나라

케백이 이야기 2 - 하지만 이 글 안에 케백이로 찍은 사진은 없다.

내년에 나는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간다.

유럽 교환학생 목적은 당연히 여행!

교환학생길에 쓸 카메라가 필요했다.


내가 택할만한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


1. 돈을 아끼자는 의미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쓴다.

2. 주머니에 쏙 들어갈 컴팩트 카메라를 산다.

3. 요즘 대세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산다.

4. 사진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리고 다닌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 중에 '케백이를 들고간다'는 없었다.

내 기억 속 케백이는 그저 오래된 고장난 카메라일 뿐이었다.


내 선택을 듣기도 전에 (나의 여행자금으로) 멋대로 3을 택한 언니와 다투다가

중학교 때 쓴 추억의 스삼이(캐논 파워샷 S3IS)와의 좋았던 시절이 기억났다.


케백이를 쓰기 전까지 쓰던 카메라였다. 사진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기종이었다.



벌레 한 마리 놓치지 않는 예리한 친구였다.





중고나라에서 스삼이의 후속기종인 SX40HS를 구매했다.

 디자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름도 스삼이주니어로 지어주었다.



우쿨렐레 봉사 공연 때 간 바자회에서 태권브이 피규어를 샀는데, 스삼이주니어의 모델로 딱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만큼 화질은 나오지 않았다. DSLR에서 똑딱이 센서로 돌아갔으니, 그만한 손실은 감수해야겠다 싶었다.





스삼이주니어는 우쿨렐레 동아리 알쿨 엠티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어느 각도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회전 LCD가 특히 좋았다.




단체로 초상권 침해





카메라를 난간에 새운 채로 야경도 찍고


SX40HS의 주특인 30배 줌으로 멀리 안테나도 찍고


돌아오는 길에 남산 타워도 찍었건만


집에 와서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했다.

센서 차이가 아니었다. 사진을 봐도 아무 느낌이 나지 않았다.


물론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은 만큼 카메라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다 필요 없고

케백이가 주던 쨍하고 진득한 색감이 그리웠다.



언니 집 구석에 케백이를 데려오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쓴지 6년된 카메라다보니 먼지도 잔뜩, 게다가 CPL 필터는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 




이런 느낌이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문제는 해결될까?

하지만 손에 들자마자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는 어떡하나.


과연 이 낡은 카메라가 유럽 반 년을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