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저에게 의식은 인지과학 전반에서 가장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마음'의 정체성은 의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의식이 무엇인지 (물리적인 활동인지, 그렇다면 어디서 일어나는지. 혹은 그저 착각일지, 그렇다면 그 착각은 어떻게 일어나는지)알아낸다면 인지과학의 가장 큰 과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윤리학 앞에 '신경' 두 글자를 붙여 말하는 숱한 문제들도 좀 더 수월히 해결되겠지요. 무거운 만큼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닙니다.
1. 의식의 정의 및 구분
'뇌는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낼까?' 라는 질문이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는 간이 담즙을 분비하듯 뇌의 활동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식은 뇌의 최종적인 활동의 산물일까요, 아니면 그저 생존을 위한 활동의 부산물일 뿐일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선행해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린 제 나름의 정의로 의식이란, 외부 세계와 구별되는 심리 활동입니다. 환경과 자아는 의식이라는 활동으로 구별됩니다. 제 자아는 현재 노트북의 타자를 치고 있는 제 손과 화면을 바라보며, 이것이 외부 세계라고 의식합니다. 시각을 비롯한 지각 외, 기억이나 이성적 추론 등도 의식이 하는 일이지만, 이 모든 활동은 공통적으로 외부 세계와 구별되는 자기 자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정의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겠습니다.
우리가 '의식'이라는 말을 쓸 때, 그 뜻은 정보 접근 의식(Access consciousness)와 현상적 의식(Phenomenal consciousness)로 나뉩니다. 정보 접근 의식은 우리도 모르는 우리 마음에 그나마 닿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경험, 느낌, 꿈.. 만약 이들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들은 처리 가능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 접근 의식에 있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보 접근 의식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나 설명이 힘든 걸 보면, '언어로 보고 가능'은 정보 접근 의식의 충분 조건인가 봅니다.
방금 의식을 설명할 때 노트북의 타자를 치던 저 자신을 지각했습니다. 문득 현상적 의식을 느낀 셈이지요. 하지만 현상적 의식에 대한 설명은 잠시 미뤄두고, 정보 접근 의식에 대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 정보 접근 의식
정보 접근 의식을 설명기에 가장 쉬운 예시는 설단 현상입니다. 무언가 떠오르려 하는데 생각은 나지 않다가.. 아, 오늘 저녁은 그거, 그러니까, 한인 마트에 팔던 거시기, 아 팔도비빔면! 뇌 어딘가에 있었던 팔도비빔면이 의식에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글을 읽는 몇 안되는 분들 의식에도 어느새 팔도비빔면이 들어왔겠죠.
비빔면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우리과 의식과 무의식을 구별할 때, 이 때 쓰이는 '의식'이 바로 정보 접근 의식입니다.
정보 접근 의식에 대한 설명 하나는 '통합 공간 작업 이론(Global Workspace Theory)'입니다. 통합 공간 작업 이론은 극장으로 비유되는데, 여기서 의식은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에 해당합니다. 무대의 조명이 비치는 부분은 무대의 좁은 동그라미일 뿐입니다. 모든 감각이 의식의 스포트라이트에 들어가지도 않고(감각하나 의식적으로 지각하지 못할 수 있고), 모든 행동이 스포트라이트에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모든 행동이 의식적을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무대에 오르지 못한 건 아닙니다. 이 비유에서 전체 무대는 작업 기억입니다. 스포트 라이트 바깥 무대에서도 입출력 정보에 따른 활동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이는 언어 처리, 장기 기억을 비롯한 무의식(unconsciousness)적 활동입니다.
Dehaene과 그 연구진들(2001)은 통합 공간 작업 이론에 근거하여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의식이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만큼 작다면, 어떤 자극을 주더라도 방해물이 스포트라이트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자극은 의식에 오르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단어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었을 때, 한쪽에서는 앞뒤에 아무 자극도 없이 작업 기억에서 단어를 처리할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앞뒤에 작업 기억을 방해할만한 시각 자극을 놓습니다. 이러면 같은 시간 동안 단어를 봐도 전자는 단어를 보고하는 반면, 후자는 단어를 보고하지 못합니다. fMRI 결과, 의식 활동이 일어난 뇌는 여러 부분이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반면, 의식이 일어나지 않은 뇌는 단어 인식과 관련된 부분만 활동하였습니다. 후자의 경우 뇌가 단어를 인식은 하되, 그것이 단지 의식에 놓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통합 공간 작업 이론은 '마음=내적 정보 처리 과정'이라 주장하는 인지주의자들의 성미에 딱 맞는 이론입니다. 수업을 듣고 있을 때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면 수업 내용이 작업 기억에 처리되더라도 장기 기억에 변환되지 못할망정 교수님의 목소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정보가 들어와도 의식 위에 있지 않으면 그것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역하 자극에서 처리되는 정보는 하찮게 처리될까요?
3. 잠재 의식 광고 - 효과가 있을까? 그저 사기일까?
잠재 의식 광고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영화 상영 중 의식하지 못할만큼 짧은 시간에 팝콘 사진을 잠깐 보여줬더니 팝콘 섭취량이 늘었다니 어쩌니. 1957년 잠재 의식 광고의 효과에 대해 떠벌리던 Vicary는 5년 후, 잠재 의식 광고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언이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Karremans과 연구진들(2006)은 잠재 의식에 의한 광고는 광고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고 밝혔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팝콘 광고에 누구는 시큰둥해도 배고픈 이라면 팝콘을 더 집어먹었으리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잠재의식광고의 제한 방송법을 제정해 이러한 잠재 의식을 이용한 광고를 막고 있습니다...만, 드라마 속 시청자들 몰래 비추는 PPL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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