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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2014.04.23 후기


  리그베다 위키에 리포그램이라는 글을 읽는데, 읽다 보니 나도 해볾직하기에 도전한다.



1.  오트밀을 구입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 망할 오트밀은 줄어들지 기미가 안 보인다. 요리하던 중에 플메들과 인간이 왜 오트밀 따위를 먹는지 이야기하는데, 그 친구들은 오트밀은 그래도 혀에 감각은 전해진다 카더라. 자기들 부모님이 보내준 Porridge는 정말 무미(無味)하단다. 읭? 오트밀과 porridge가 같은 게 아니냐고 물으니 porridge를 직접 보여준다. 과연, 'Oatmeal porridge'라고 적힌 포대 안 내용물은 부풀려 말하면 정말 돼지도 안 먹게 보인다.



2.  요리를 하려고 뒤집개를 찾는데, 기름이 묻은 걸 보니 플메가 무언가 볶던 모양이다. '나 네 뒤집개 빌려도 돼?' 라고 물으려는데 뒤집개가 영어로 뭐더라 기억이 안 난다! 어렵지 않은 단언데.. 다짜고짜 뒤집개를 들고 'What is this?!' 하고 물으니 'Spatula!' 랜다. 듣도보도 않은 단어다. 당황한 나머지 'what?'과 'Say again?'을 반복하니, 아예 'SPATULA!' 하고 부엌이 떠나가게 외치고 웃는다. 그래도 도저히 어떤 단어인지 몰라 핸드폰을 건네며 쳐 달라고 부탁하니, 나온다. 정말 처음 보는 단어다. 친구들 덕분에 영단어 또 하나 알게 된다. 

(내가 원래 알던 단어는 turner. 구글링으로 이미지를 찾으니 turner는 웬 화가 그림밖에 안 나오지만, spatula는 내가 찾던 그 뒤집개 그림이 나온다. 앞으로는 spatula라고 해야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 지금 이 친구들이랑 대화를 한다! 처음 여기 오고, 저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끼기 참 힘더라. 그 옆에 나는 말을 알아듣는 '척' 할 뿐. 그래도 5개월 쯤 지나고 보니 나도 조금은 발전하나보다.

  강의도 이전보다는 잘 들린다. 어학 강의는 어렵지 않은 영어로 가르쳐 그다지 힘들지 않더라마는, 전공 강의는 아무리 내용이 재미져도 몸이 따라가지를 않아 잠에 빠지더라. 요즘에는 레드불 한 캔 따고 머리에 부유하는 이야기들을 꾹꾹 눌러넣으며 완강한다! 한국어 강의를 들을 때도 물론 잠은 오지만, 머리가 피곤한 정도가 다르다! 정직한 한국어 화자인 내 뇌의 기본 언어는 당연히 한국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들으려면 한국어 회로를 의도적으로 끄고 영어로 억지로 돌려야 한다. 강의가 얼마나 재미진지와 무관하게, 내 의지의 문제이다... 음 이건 듣기 능력이 는 게 아니라 집중력이 아주 약간 오른 걸까?


  영어 대화는 한국어보다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한다. 피곤하다. 혼자 방에 노트북을 두드리는 게 제일 맘편하다. 그러고는 더 많이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지금도, 이렇게 말장난같은 일기 따위 때려치우고 옆방 문이나 두드리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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