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논리란, 인간 이해의 한계에 따라 만들어진 사고 및 추론 방식입니다. 논리의 기본 단위는 삼단논법인데, 대전제와 소전제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대전제 : 사람들 예순 명은 한 사람이 할 일을 60배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소전제 : 한 사람이 글 하나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 대략 한 시간이 걸립니다.
결론 : 사람들 예순 명이 글 하나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는 대략 1분쯤 걸립니다.
그렇습니다. 삼단논법에 수학이 결합하니 이렇게 멋집니다. 이상, 엠브로스 비어스의 The Devil's Dictionary(한국어판 악마의 사전)의 내용을 변형해보았습니다. 집에 회의주의자 사전은 있는데 저 사전도 욕심나는군요. 잠 안올 때 읽으면 재밌겠어요.
1. 이성과 추론
인간은 이성을 지니고, 이를 통해 논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추론 능력은 흔히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인양 묘사됩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추론이란 코끼리의 만능 코나 문어의 봐도 믿겨지지 않는 위장 실력만큼 대단할까요? 추론은 인간의 전유물일까요? 까마귀에게 쓰레기를 넣으면 먹이가 나오는 자판기를 주었지만 까마귀들이 같은 무게의 돌멩이를 넣어 먹이를 타먹는 바람에 이 사업(?)은 망했다고 합니다. 까마귀에게도 추론 능력이 있다 판단하는 편이 타당해 보이네요.
추론이란 이미 알고 있던 지식에서 새로운 지식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삼단 논법을 예로 들면, 모든 인간은 죽고,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새로운 지식을 얻어냅니다. 추론에서 염두해야 할 점은 우리의 이성이 '진실'을 밝히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제가 거짓이면, 추론이 아무리 논리적이든 결론도 거짓을 낳습니다. 추론은 무엇이 문제이고 목표인지 파악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 귀납 추론과 확증 편향
귀납 추론은 개별적인 사실에서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사고 방식입니다. '해가 매일 동쪽에서 뜨니 내일도 동족에서 뜰 것이다.' 가 기본적인 귀납적 추론이지요. 우리는 매일 귀납 추론을 하며 살아갑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저장'버튼을 누르면 글이 등록됩니다. 저는 부지불식간의 귀납 추론을 통해 이 글을 다 쓴 후에 자연스럽게 저장 버튼을 누를 것입니다.
하지만 귀납 추론은 그 개별적 사실이 아무리 확실하고 경우가 많을일지언정 결론이 사실이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가 여태껏 300여개의 글을 쓰고 저장 버튼을 눌러 포스팅했을지언정, 당장 이 글의 저장 버튼을 눌렀을 때 컴퓨터가 꺼지고 모든 글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귀납적 추론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추구합니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하는데, 이는 사람부터 비둘기까지 모두에게 있습니다. 행동주의자들의 유명한 비둘기는 버튼을 눌러서 먹이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주야장천 버튼을 누릅니다. 자신이 버튼을 눌러서 먹이가 나오는 순간을 중시하고 먹이가 나오지 않는 경우는 예외로 치부합니다. 훌륭한 확증 편향입니다. 심리학이 행동의 입출력만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행동주의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실험에서 '비둘기도 추론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네요. 최소한 척추 동물들이라면 기본적인 추론 능력은 있어야 생태계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확증 편향으로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당장 친구들에게 써도 넘어갈 이 실험은 웨이슨의 2-4-6 실험입니다. 친구에게 2,4,6을 불러준 후 다른 숫자 셋을 부르면 규칙에 맞는지 알려주겠다고 합시다. 친구가 '4,6,8'을 부르고 규칙에 부합한다는 대답을 받으면 '2의 배수!'라는 규칙을 찾겠지만 틀렸습니다. '1,3,5'는 규칙에 부합하지만 '2씩 증가하는 등차수열?'이라는 답은 틀렸습니다. '10,12,14'이며 '3,5,7'둥 온갖 수열을 말하던 친구는 멘붕에 빠지고 대체 규칙이 뭐냐며 멱살을 잡습니다. 규칙은 '증가하는 수'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규칙을 찾을 때, 그들은 자신의 추론에 맞는 경우만을 예로 듭니다. 앞선 실험에서 제대로 규칙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예측한 규칙을 반증하는 숫자를 예로들어야 했습니다. 맨 처음 2,4,6이 제시되었을 때, '2의 배수'라는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4,6,8이 아니라 1,3,5를 제시해야 했고, '2씩 증가하는 등차수열'이라는 규칙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1,3,5가 아닌 1,4,7, 또는 1,2,5등을 물어야 했습니다. 이 실험은 제가 신입생 때 마음의 탐구 강의에서 김정오 교수님이 이 실험으로 학생들을 농락했습니다. 결론을 알기 전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도 하지 못하니, 인간 '이성'의 헛점을 파고드는 굉장히 멋진 심리 실험입니다.
3. 연역 추론과 그 방식
그에 비해 연역 추론은 전제에서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사고 방식입니다. 앞서 말한 삼단 논법을 비롯해서, 수학의 엄밀성 또한 연역적 추론에서 나옵니다. (반면, 현상에서 원리를 이끌어내는 과학은 귀납적이죠. 포퍼는 과학적 탐구도 연역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반증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조건 추론(Conditional reasoning)은 명제의 조건 관계에서 함의를 찾아냅니다.
'긍정식(Modus Ponens)'은 '만일 p이면 q이다'라는 명제에서 p가 참일 때 q가 참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사람일 때 그는 죽습니다'라는 명제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가 참이라면,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도 참이 됩니다.
'부정식(Modus Tollens)'은 '만일 p이면, q이다'라는 명제에서 q가 거짓일 때 p도 거짓이라는 대우 명제의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불이 나기 위해서는 산소가 있어야 한다' 라는 명제가 있을 때, '산소가 없다'면 불은 나지 않았겠죠. 긍정식이든 부정식이든 둘 다 타당하지만, 사람들은 한 번 더 생각해야하는(?) 부정식보다는 긍정식을 주로 이용합니다.
4. 논리적 오류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추론을 정확히 사용하지 못합니다. 타당하지 않은 추론은 논리적 오류를 낳습니다. 대표적인 오류로 사람들은 'p가 참이면 q가 참'이라는 명제에서 q가 참이므로 p가 참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시험을 잘 보면 이번 주말에 술 좀 마셔야지' 라는 명제가 있었고, 어느새 나는 주말에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고 말았습니다(q). 그렇다고 해서 기억에 없는 내가 시험을 잘 봤으리라 장담해서는 안 됩니다. q의 참만으로는 절대 p의 참을 논할 수 없습니다.
'p가 참이면 q가 참'에서 p가 아니라고 q가 아니란 법도 없습니다. '시험을 잘 보면 이번 주말에 술 좀 마셔야지' 명제가 있었지만 시험이 망했습니다(~p). 그렇다고 내가 술을 마실지 마시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p와 q가 참일지언정(시험을 잘 봐서 술을 마셨더라도) 이 두 가지 오류의 내용은 논리적으로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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