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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7월 19일, 요사이를 돌아보며.

  처음으로 블로그에 달린 '진지한 댓글'에 답글을 달다가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요새는 진지한 글을 쓰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시간은 많아졌고, 확실히 학기 중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블로그는 세상이용후기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정작 나는 세상을 '이용'하고 있지 않다. 세상을 쓰고 있지 않다. 내가 바라는 세상, 열심히 살면 그만큼 열심히 얻어가는 그런 세상을 쓰고 있지 않다. 지금 내 주변의 세상은 지극히 즐기기 위한 세상, 아니 그마저도 넘쳐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그런 세상이다. 일상이용후기라는 게시판에 쓰고 있지만, 일상조차 이용하고 있지 않다. 이용하지 않는 물건이 썩어가듯, 먹지 않는 음식이 상해가듯, 사람 마음이 슬슬 게을러진다. 주변의 세상이 부패해간다.

광주에 와서 뭘 하고 지냈나. 친구들을 만났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고, 학기 중 학교를 돌아다니는 만큼 걸어다녔다. 동네 도서관에서 SF소설을 읽었고, 서점에서 소설을 읽다가, 짧은 만화책을 사 왔다. 내용은 논리학이라지만, 내가 본 건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오기 전 다녔던 학원에 갔다 왔다. 학원에 앉아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말 몇마디 해주고 용돈을 받았다. 학원의 소일거리를 도와주었다. 선생님께서 간단하게 학생들을 봐 주는 일을 제의하셨고, 나는 일자리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여태껏, 내게 있어 무슨 발전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여전히 내 좁디좁은 각도 안에서, 그마저도 한발짝 나서지도 못했다.

옆에는 오늘 배송 온 뇌 해부도 입문 책이 놓여있다. 학원에 있는 시간동안 조금씩 하다보면, 다음 학기 때 도움은 되겠지 하고 샀다. 할 일이 없다면서 산 책조차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니, 현실을 참 모른다.

자책하는 글을 써가는데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새벽이다. 굳이 말하자면 제대로 구하는 반성의 시간이다. 키보드를 두드리면서야 깨닫는다. 광주에 와서 무엇을 하고 지냈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우연히 어떤 사람이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 댓글을 달았고, 그제서야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내가 부패한 시간 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중요한 것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7월 19일부터의 이야기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틀리게 산 것을 알았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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