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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1~)

8월 16일 일상 후기

 게으름은 누적되고 나날이 새롭게 거듭납니다. 제가 사는 곳은 휴전선 이남이라 일이 없다는 건 괜찮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닌지라, 지루한 나날은 확실히 재미없습니다. 그럼에도 게으름만큼은 질리는 일 없이 다른 일로 대체할 수가 없네요. 개강일이 다가오는 것도 끔찍이도 싫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생 1학년들이 모두 저 같은 방학을 지내고 있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디시나 엔하위키 말고는 밝은 곳이라곤 없을테지요.
  얼마나 잉여돋았냐면, 문명을 받아서 해도 재미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재미는 없었지만 타임머신 기능은 있긴 했습니다. '망할 비스마르크'를 유언삼아 제 페르시아 문명은 끝났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저번주에 과외비를 이번주 월요일에 주시겠다고 해서 우리은행 ATM기를 갔는데, 잔액이 3천원에서 7천원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가능성 1) 누군가 불우이웃인 나에게 짬뽕이나 사먹으라고 이체해주었다. 학원 선생님은 돈을 아직 주지 않으셨다.  
가능성 2) 선생님은 입금해주셨으나 해킹당했다. 
가능성 3) 선생님이 0을 안 누르셨다.
가능성 4) .....

...아아아

  인터넷 세상에서는 새로운 필수요소를 그것도 두 개나 건져내었더군요, 낯선 이들에게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는 세종대왕님과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m 모형탑에서 직접 뛰어내리신 기자님은 심영 이후로 오랜만에 합필갤의 르네상스를 끌고 왔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렇습니다. 문명은 전 세계 사람들을 문명하시게 만드는 세계구급의 게임이잖습니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용자층은 억양으로 말을 알아듣는 영어권이겠지요. 그런데 처음 만난 낯선 국가의 깨우친 군주가 일반인 더빙같은, 우리가 듣기엔 간지철철이지만 그들 듣기엔 어쩐지 화난 것 같은 억양 없는 말투로 환영인사를 읊는다면.. 아무래도 선전포고 쪽에 더 마우스를 기울이지 않을까요; 근거로 '당치도 않소!'나 '가엽고 딱한 자로다..' 등의, 협상을 거절하거나 전쟁을 선포하는 말의 억양은 어색하지 않잖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저도 세종을 더빙하신 분이 회사 직원일 거라는 데에 더 마음이 가긴 하지만요.
반면 기자님은.. 지금 인터넷에서 반대편 모형탑으로 올라오며 러시아 어를 말하고, 가다가 줄이 끊어지고, 심영의 영 좋지 않은 곳에 착지하는 자신을 보는 기분이 어떠실까요;; 뉴스데스크 폭력성 실험같은 나쁜 쪽으로 웃긴 건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일까요. 저야 평소에 예능도 안 보고 뉴스도 안 보니 요즘 뉴스가 예능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뉴스가 예능화 되어간다는 사실이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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