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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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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백이 이야기 3 - 가장 중요한 기록의 순간은 지금이다. 케백이는 을지로 펜탁스 수리점에서 칼핀으로 거듭났다.흠집인줄만 알았던 미러의 검은 덩어리도 알고보니 먼지였는지 뜯겼다.충전지도 고장난지 오래였다. 수리점에서 에네루프를 하나 샀다.카메라를 새로 산 것만 같다.아니, 그보다 기분이 더 좋다. 어떤 물건을 이렇게 오래, 자주 쓴 적이 있었나? 오랜 친구가 돌아왔다. 그래도 그러하다. 유럽에서 파파라치 짓을 할지도 모른다. 망원번들(50-200)도 샀다. 겉모습이 DA가 아니라 SA인게 무슨 상관인가.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을 갔다오는 길에 시험해보았다. 예쁘게 잘 나온다. 날이 추우니 전기 소비량이 늘어난다.오늘도 발전소는 구름을 만든다. 가까이 당겨 보니 먹구름이다. 에너지를 아껴야겠다. 예쁜 생활대 건물. 가을색 포크레인. 금요일마다 내려간 계단. 멀미동 ..
케백이 이야기 2 - 하지만 이 글 안에 케백이로 찍은 사진은 없다. 내년에 나는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간다.유럽 교환학생 목적은 당연히 여행!교환학생길에 쓸 카메라가 필요했다. 내가 택할만한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 1. 돈을 아끼자는 의미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쓴다.2. 주머니에 쏙 들어갈 컴팩트 카메라를 산다.3. 요즘 대세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산다.4. 사진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리고 다닌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 중에 '케백이를 들고간다'는 없었다. 내 기억 속 케백이는 그저 오래된 고장난 카메라일 뿐이었다. 내 선택을 듣기도 전에 (나의 여행자금으로) 멋대로 3을 택한 언니와 다투다가중학교 때 쓴 추억의 스삼이(캐논 파워샷 S3IS)와의 좋았던 시절이 기억났다. 케백이를 쓰기 전까지 쓰던 카메라였다. 사진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기종이었다. 벌레 한 마리 놓치지 않..
케백이 이야기 1 - 취미가 사진이던 덕에 추억으로 사진이 남았다. 아마 중학생 때부터일테다. 사진이 재미있었다. 나만큼 사진을 좋아하던 친구와 교복을 입은채 카메라를 든 모습을 서로 찍은 사진이 서랍 어딘가에 있을 정도이다.그 때 카메라는 Canon S3 IS라고, 용산에까지 가서 산 (하지만 내수를 정품 가격으로 사기를 당한) 어찌되었든 좋은 카메라였다.하이엔드 카메라에 필터도 달고 후드도 사고 컨버터도 만들어(!) 달면서 사진장비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당연한 수순인 양 멋진 DSLR을 선망하게 되었다.지금은 잃어버린 고1 때의 주간 플래너(책상에 세워놓고 7일 간격으로 넘기는 길다란 탁상 스프링 그림일기장이었다)에는 그날 읽은 책부터 수업 이야기, 추상적인 무늬까지 별별 그림을 그렸었는데,내가 갖고 싶었던 펜탁스 K100D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그림을 그렸다.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