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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2013.2.24

  오늘은 쓸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도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말고는 정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두 번 이상 잘 읽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인물이 어떤 위기를 겪는지, 문제에 어떤 해답이 나올지 궁금한 마음은 처음 읽는 책에서만 들 수 있다. 한 번 본 책을 다시 펼치면 영화표를 끊자 마자 결말을 알게 된 마냥 읽을 마음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책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 소장할만하다고 사는 책들조차도 나중에는 책장에 부피만 차지하고 만다.

  고향에 내려오면 책장에 꽂아둔 책과 만난다. 대부분 한참 전에 읽어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손 뻗기는 영 망설여진다. 내가 책을 한 번만 본다는 사실을 그 때는 몰랐었나보다. 중고서점에 등록하면 '최상'을 받을 책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책이 아니라 부피만 차지하는 가구를 산 것은 아닌가 괜시리 죄책감이 든다. 그 중 간신히 몇 권만 추려서 목욕을 하며 읽는다. 책을 한 번만 보더라도 일단 책을 사면 이런 점은 좋다. 어찌됐든 내 책이니 몇 방울 젖어도 상관없으니까.

   목욕을 하면서 읽는 책, 그러니까 여러번 보는 책은 따져보면 호흡이 짧은 책이다. 작년에 산 수필집을 고향에 두고 올라왔었는데,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읽는 맛이 있다. 내 기분이 다르니 책도 다른 말을 담는 듯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 때 기분에 울면서 읽었는데, 지금은 이 건조한 문장에 무슨 감정이 있었나 싶다. 저번까지 이야기를 읽었다면, 이제는 이야기는 대충 기억하니 문장을 들여다본다. 어떻게 이렇게 물 흘러가듯 글을 쓰고, 참 별 것도 아닌 소재에 삶을 대입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데, 왜 누구는 사소한 일에서도 철학을 찾아내고 누구는 작년에 들은 철학 수업도 기억나지 않을까. 길을 걷다 불현듯 떠오르는 멋진 생각들은 왜 막상 글을 쓸 때는 유효기간 지난 쿠폰번호마냥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생각에도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다가도 특별한 생각이 떠오르면 계속 머릿속에서 굴리고 키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일단 눈에 보이면 다듬고 구체화시키기 쉽다. 구름처럼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두면 바람에 날리듯 사라지지만, 일단 한 번 그것을 움켜쥐면, 정말로 하늘의 구름에 팔을 뻗어 잡아 반죽을 하듯 모양이 생겨난다. 즐거운 과정이다. 실제로 구름을 잡을 수 있다해도 이만큼 재미있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다듬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이 떠올라야 한다. 생각하고 싶다고 바로 생각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는 역시 적당히 바쁠 때만큼 좋은 조건도 없다. 생활이 지루하면 생각하는 마음도 죽고, 너무 바쁘면 무언가를 상상할 겨를도 없다. 무엇인가 동기가 되어도 괜찮다. 고향에 며칠 있다보니, 생각할 거리가 바닥났다. 집에 있는 책은 읽기가 싫고 머리는 죽어가서 심심하다. 어서 새학기나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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