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깨에 띠 모양으로 골을 파고 싶어하는 못된 가방을 매고 학원에 출근했건만, 학원 방학은 끝나지 않았었습니다. 제 출근길(?)은 그날 오전의 삽질로 끝날 뻔 했습니다. 영풍문고에서 또 책이나 읽을까 고민하다가 중학교 때 과외받았었던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께선 바로 통화로 답해주셨고, 몇 분 안되어 저는 아메리카노를 얻어마실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은 참 신기합니다. 여태껏 제가 만난 '선생님'들은, 뵌지가 몇 년이 넘었는데도 별로 변하지를 않으십니다. 항상 제자들을 보고 사느라 늙는 것 조차 잊으시는 걸까요. 지극히 저만 바라보고 사는 저는 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보통은 변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선생님과 만난 후에는 영풍문고에 가서 순수 박물관의 마지막 3/4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얼추 맞아 선생님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광주 외곽을 돌아 거의 화순에 들어선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전에 같이 학원을 다녔던, 지금은 카이스트에 다닌다는 친구와도 같이 먹었습니다. 광주에서 오랜만에 먹는 비싼 밥이었는데, 그보다는 선생님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볼 수 있던 자리여서 좋았습니다.
첫 인상이 바뀌는 건 쉽지 않지요. 하물며 초등학생 때 매를 들고 다니는 선생님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선생님은 그대로 선생님이셨지만 초딩은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젠 어엿한 사람의 눈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볼 때도 된 셈이지요.
How to read 시리즈를 질렀습니다. 방학 때 이거라도 읽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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