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을 저번 주 토요일에 봤습니다.
내용누설은 별로 없지만, 안 보신 분들은 그냥 넘기세요.
아아, 제가 보기엔 주 캐스팅만 빼곤 괜찮았습니다. 암탉 잎싹의 4차원 연기.. 도 진행할 수록 익숙해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전문 성우를 썼으면 어색함 없이 볼 수 있었을텐데요. 가장 잘 어울리던 장면이 '초록이를 보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습이었습니다; 이럴거면 문소리씨를 쓸 이유가 없잖아요;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으리라 짐작이나 해 봅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배우보다는 성우가 더 쌀 것 같은데;;
청둥오리 부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겠습니다. (..) 오리 디자인 하신 분과 닭 디자인 하신 분이 다른 사람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애들 보는)영화답게, 원작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지루하지 않은+박진감 있는' 영화를 위한 달수나 박쥐같은 조연들과 파수꾼 선발경기도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달수씨가 없었다면 영화는 4차원 닭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디에도 붙을 수 없다는 암울한 결말이 되었을 지도 몰라요. 돈도 안 받고 공인중개사 역할을 도맡아주는 달수씨 덕분에 잎싹이 자리를 잡는 건 물론, 주변 생물들과도 달수를 통해서야 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파수꾼 선발경기는.. 해리포터 퀴디치 경기의 오마쥬였을까요?
저로 말하자면, 영화 중에도 훌쩍거리다가 영화 끝날 때 되어서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고 맘놓고 질질 짰습니다. 어렸을 때 책으로 읽고서도 엄청 울었던 만큼, 이번 영화도 얼마나 울릴까 기대하고 갔었거든요. 그래서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앞에서 영화보던 가족은 엉엉우는 딸애를 데리고 중간에 나가기도 하더라구요.
아직 안 보셨다면 추천하겠습니다. 시간낭비는 아니에요. 동물들도 귀엽고, 배경도 포근하니 좋습니다. 주변에 애들만 없다면 금상첨화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