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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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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플래너 관찰 후기. 수능 때 썼던 플래너를 꺼내본다. 섬유로 된 표지 뒷면에 매직으로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10학번, 내가 1기임. 난 평생 대학에서 살테다’라고 적혀있다. 뇌인지과학과 가 학부인 줄만 알았던 시절이다. 옆 건물 학부생인 나는 10학번이 아니라 11학번이 되었고, 그나마 대학원은 15학번 이상으로 가게 될 것이다. ‘내 장점은 좋아하는 일에 결국 미칠 수 있다는 것. 뭐든 관심만 가진다면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라는 문구가 있다. 내게 물어본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 미칠 수 있나? 지금은 대답할 수가 없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나. ‘초등학생 때, 학원 문에 들면 꼭 느꼈던 긴장감. 그러면서도 ’난 긴장을 즐기니까!‘라고 했는데, 이제 진짜 그때 길렀던 의연함을 쓸 때가 되었..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읽고 후기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라는 책은 고3 때, 매주 토요일 발행되는 한겨례의 책 소개 기사를 읽고 알았습니다. 아마존에서 30년간 생활한 한 언어학자가 그 원주민들의 언어와 문화를 슬슬 알아갑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알고 왔던 촘스키의 보편문법을 부정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종교마저도 버리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꽤 재밌게 읽어서 그 부분만 잘라 스크랩해두었습니다. 서점에 가서도 수능 끝나면 사서 읽겠다고 확실히 눈도장을 찍어놓았습니다. 출판계에 항상 일어나는 비극일지, 수능이 끝나니 판본가격이 올라있었습니다. 양장본 책이 2만원을 넘지 않았더라면, 책을 읽고 후기를 훨씬 빨리 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행히 학교 중앙도서관에 책이 있었습니다. 잉여로운 6월을 맞아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Goo Goo Dolls-Slide 원곡은 아니고 boyce avenue 어쿠스틱 버전입니다. 원곡도 좋지만 이 분들도 듣기 좋네요. 원곡은 http://youtu.be/yP4qdefD2To 이 링크를 따라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구구인형 아저씨들은 트랜스포머1 ost를 듣다가 알게되었습니다. 편한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소리가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Slide는 구구인형 노래중에서도 꽤 신나는 축에 속하는 곡입니다. 이 곡을 왜 굳이 포스팅하냐면 잉여라서 할 것도 없고 쓸 것도 없어서...도 없어서지만 반전돋는(?) 가사가 맘에 들었기 떄문입니다. Could you whisper in my ear The things you wanna feel I'll give you anything To feel it comin' 지금 네가 느끼고 싶은 ..
시험공부 하기 싫어서 노닥거리긔 스크립트 노래에 이제 좀 질렸으면 좋겠어요. 수능 끝나자마자 Science & Faith 앨범을 샀었는데 지금까지 듣고 있는데 질리지가 않습니다. 유투브에서 Before the worst 어쿠스틱 동영상 보다가 베낀건데 참 모르는 사람한테 못 할 짓 했습니다. 원래 저렇게 생긴 사람 아닌데.. Danny 미안해요. 예전에는 노래 가사만 올려도 저작권 법에 걸려 잡혀가던데(?) 네이버에 'before the worst'치니 한글 번역까지 잘 나오네요. 요즘엔 변호사님들이 다른 업으로 수입을 돌렸나 봅니다. 낭만적인 가사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자주 들어가는 songmeanings에는 '이 노래를 듣고 Grafton Street에서 비오는 날 프로포즈 하는게 내 목표가 되었다.'는 겁나 오글오글한 댓글도 있던데..
5.30 비상총회 후기 (뒤에서 라이트를 꺼달라고 하니까 바로 꺼주셨던 친절한 총학생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의식하는 순간은 많지 않습니다. '현재, 수십억 명이 살고 있는 시간을 그들과 함께 공유한다,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망상이며 생각의 사치일 성싶습니다. 저도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 평범한 고민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기말고사를 앞에 두고 공부를 피해다니며 작은 죄책감을 느끼는 게 전부인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제만큼은, 저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시대를, 현재를 살았습니다. 2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향후 활동 계획을 위해 모였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서울대학교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를 해체하라..
현대경제학비판 강연 후기 한줄 요약 : 이과생이 경제학은 무슨 화학실험 레포트 쓸 시간에 무슨 짓이야 대한민국 7차교육과정을 이과생 정석 루트로 졸업한 저는 경제학은커녕 사회과학 쪽은 전혀 모릅니다. 관심있는 심리학이나 겉핥기식으로 읽어봤고, 그 역시 일반인들 호도하기 딱 좋은 책으로만 골라서 읽어왔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총학생회에서 윤소영 교수님의 현대경제학 비판 강연을 한다는 대자보를 보았을 때,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재밌는 강연을 하니 냉큼 들으러 가야겠구나.'와 '난 현대경제학을 모르는데 현대경제학을 비판하는 강연을 들어도 될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백지 상태, 미시경제와 거시경제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애한테, 다짜고짜 케인즈는 잘못되었다, 마르크스가 최고다 뭐 이런식으로 들이대면 또 아무것도 모른 ..
황농문 교수님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열중하기' 강연 후기 대학에 들어와서 제일 좋은 점을 꼽으라면 저는 유익한 강연을 시간 되는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들겠습니다. 몇 달 전 뇌과학 강연도 그렇고, 자비롭게도 주말에! 진행하는 5월 한 달간 진행하는 현대경제학 강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대하던 대학생활, 그에 제일 맞아 떨어진 것이 바로 이런 '골라듣는 강연'이 아닐까 합니다. 4월 25일에, 황농문 교수님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열중하기' 강연이 있었습니다. 학교 곳곳에 붙여있던 포스터를 보자마자 득템하는 마음으로 수첩에 적어놓았습니다. 일단 뇌의 작용이면 알고 보자는 식이었고, 제가 집중력이 약한 편이라 특히 몰입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기숙사로 가져 온 몇 권 안되는 책들 중 끼어있던 책이 교수님의 '몰입'이었을 정도입니다. 교수님께서 하시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