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0) 썸네일형 리스트형 Tromsø, Norway, 밤 여행은 소설이 아니라 항상 멋진 서사를 남기지는 않는다. 어떤 여행에서는 발단과 결말 사이에 아무 전개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뜻하지 않은 순간에 끔찍한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운이 조금만 더 없었다면, 그리고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었다면, 트롬소 여행은 전자로만 기억에 남을 뻔 했다. 공항에 도착하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구름뿐이었고, 해가 진다고 해서 구름까지 산 밑으로 지지도 않았다. 낮에는 트롬소 섬을 돌아다니다 숙소에 들어와 쉬었고, 밤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섬에서 불빛이 미치치 않는 곳까지 나섰다. 첫날 밤의 목적지는 섬 남쪽의 해변가였다. 버스비도 아까워 걸어가는 길은 더럽게 길었다. 인도도 없는 길에 차를 피하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에 더러운 눈이 쌓인 곳을 골라서 걸어갔다. 중간중간 .. 해외에서 두 달, 언어장애 한국 밖에서 두 달 조금 넘게 살았다. 영어가 늘 기미는 없건만 한국어는 빠르게 잊혀진다. 긴 글을 쓰러다 몇 번은 비공개로, 몇 번은 그냥 포기로 끝났다. 글감이 내 뜻대로 나아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주제가 있으면 손은 자연스레 따라갔다. 다시 읽으면 개발괴발인 글이 되더라도 일단은 일타휘지로 문단을 만들고, 그 다음에 한 문장씩 고쳐나갔다. 지금은 머리에서 힘겹게 문장을 짜내는데 그마저도 시원찮다! 공개적으로 포스팅한 글에 기본적인 문장 호응도 안 맞기가 부지기수이니 말 다했다. 어떤 기술이든 항상 갈고 닦지 않으면 녹쓸기 마련. 하지만 내 딴으로 길러온 모국어 필력이 스러지는 사태를 마냥 인정하기도 비극이다('사태'대신 훨씬 좋은 낱말이 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말 심각하다.). 사진을 올릴 .. Tromsø, Norway, 낮 트롬소는 노르웨이에서 북쪽에 다다르는 마지막 항구 도시이다. 살면서 언제 이만큼 지구의 북극과 가까운 곳에 오겠냐마는, 나는 오로지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었다. 사람의 바람에도 무심하게 하늘은 산에 쌓인 눈과 같은 잿빛이었다. 다행히 오로라 없는 낮에도 작은 섬 트롬소는 아름다웠다. 풍경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 하늘과 땅을 덮은 무채색 배경에 사람이 새겨넣은 선명한 원색이 있었다. 비바람이 치는 궂은 날씨에도 케백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바다 근처를 서성이는데 마침 여객선이 도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고리에 밧줄을 걸어 배를 세웠다. 선체의 동그란 창문 너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잿빛 바다에는 군함도 몇 척 보였다. 계단 너머 갑판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거센 바람에 휘날렸다. 다리.. 소설 The giver_어휘 정리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기다리는 시간이 생깁니다. 이 때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한 권씩 들고 다닙니다. 한달 전 코크에 갔을 때는 호스텔 침대에 누워서 The giver를 읽었습니다. 스랍에서 쉬운 원서로 추천하던 책이었습니다. 짧은 내용, 적당한 어휘, 무엇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어린 조나스는 점차 성장해가며, 최선의 선택만이 정해진 세계가 바람직한지 갈등합니다. 줄거리 끝. 아일랜드에서 처음으로 책을 한 권 떼었습니다. The Giver (1994 Newbery Medal Winner)저자Lowry, Lois 지음출판사Laurel Leaf Library | 2002-09-10 출간카테고리아동책소개Jonas's world is perfect. Everythin... 두 번째로 읽을 때는 모르는 단.. 인지과학 개론 정리 5-2. 시각 경로와 재미있는 뉴런 1. '무엇'을 '어떻게' 본다? 시각 피질에서 받아들인 신경 정보는 Ventral stream(복측 경로)와 Dorsal stream(배측 경로)를 통해 처리됩니다. 두정엽을 향하는 Dorsal stream는 물체의 움직임을 쫓는 '어디' 경로입니다. Dorsal stream가 원하는 정보와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처리한다면 측두엽으로 가는 Ventral stream에서는 시각이 무엇을 보았는지를 알아냅니다. 특정 객체를 인식하거나 얼굴을 구별하는 일은 모드 복측 경로를 통해 일어납니다. Ventral stream(복측 경로)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았는지를 처리한다니. 시각의 비밀이 8할은 풀린듯 합니다. 이제 이곳을 미친듯이 파면 우리가 보는 과정이 밝혀지고, '보는 행동'의 주체인 의식의 정체도 알.. 인지과학 개론 정리_5-1. 감각의 고정관념을 깨자 고등학교 1학년 생물 시간 때 감각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생물을 가르치던 물리 전공 선생님은 혓바닥 맛 지도는 틀렸지만 문제집에 나오니 일단 외우라고 하셨죠. 그 시절 교과서는 사람은 오감을 통해 주위 세계를 알게 된다고 쓰여있었습니다. 감각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오래 전 배운 교과서 지식을 버려야 합니다. 1. 오감? 감각은 대체 몇 종류일까? 오감 하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죠. 하지만 '촉각'이라고 뭉뚱그리기에 우리 몸이 느끼는 바는 수용기의 종류에 따라 질감에서 통증,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다양합니다. 한 발 양보해서 촉각이 하나의 감각이라고 쳐도,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계(Vestibular System)는 어디에 속해야 할까요? 우리 몸의 부위가 어디에 있는.. 인지과학 개론 정리 1-2. 인지과학의 역사 Ireland UCD의 Fred Cummins 교수의 인지과학 개론(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e)의 내용을 정리하고 보탠 글입니다. 그림 자료는 재사용 가능한 Flicker의 사진을 이용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재배포를 금지하고, 정정 및 이의 제기를 환영합니다. 1. 마음에 대한 철학의 대립 _ 합리론과 경험론 '인지과학'은 19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학문의 한 갈래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사람들은 사람의 마음에 몰려들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확고히 자리잡기 이전, 마음에 대한 탐구는 철학의 영역이었습니다. 마음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은 합리론(Rationalism)과 경험론(Empiricism)으로 나뉩니다. 합리론은 앎이 인간의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다는.. 23.02.2014 생활 후기 쓰던 진지한 글들 다 내버려두고, 광고 한 줄 없는 개인적인 블로그 걸맞게 가볍게 쓰는 일기...였는데 진지해졌다. 초반부와 후반부 글이 너무 달라져서 결국 찢기로 했다. 때때로 삶에는 원하지 않는 변수가 끼어든다. 빨래방에서 빨래를 가지고 오는 길, 지갑을 챙겨왔는데도 안에 (집 열쇠 기능이 있는)학생증을 넣지 않은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플랫메이트들에게 연락했지만 모두들 밖에서 불타는 토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다 젖은 빨래더미 옆에서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이 같이 교환학생을 온 윗층 친구네 집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냐? 우리집 플랫메이트들이 돌아올 동안 민폐를 끼치며 구석에서 빨래와 함께 쭈그려 있었나? 그랬을리가. 그쪽 집의 플랫메이트가 내 친구가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해서, ..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