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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런던 노트북이 이상하다. 오늘도 부팅이 안 되는 놈을 부팅 USB로 간신히 얼러서 켰다. 세상이 좋아 스마트폰으로 뭐든 되는 시대이지만,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내 노트북이 정말 고철덩어리가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오늘 낮에는 꼭 여행기를 써야겠다 다짐했으니, 이 늦은 밤 노트북을 달래가며 기록을 하자. 1. 몇 년 간 케백이로 쌓은 초라한 내공 덕에 나는 친구의 꽤 괜찮은 찍사가 되었다.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친구는 평생 보기 힘든 배경의 훌륭한 모델이다. 친구의 캐논 이오스를 찍다보면 내 케백이가 얼마나 색이 거친지(내가 맞춘 설정이다) 보였다. 캐논 DSLR은 그 바디처럼 둥글둥글한 색감에 약간 붉은 기가 돌았다. 바로바로 맞춰지는 초점이며,(케백이와 16-45 콤비는 트롬소를 갔다온 이후 AF기능..
5월 20일, 채스워스 하우스 버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는데, 호스텔에 돌아오고 노트북이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부터 말썽이었던 노트북은 갖고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상태가 별로다. 도미토리 방 바깥에서 종이를 깔고 앉아 아무 생각이나 쓰고있으니 오늘 머리속에 들었던 생각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진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싫어하니, 글이라도 남겨야 비싼 여행값을 할텐데 말이다.. 더블린을 떠나 맨 처음 도착한 장소는 맨체스터다. 축구 말고는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던 도시고, 도착해서도 관람차 말고는 눈에 띄는 건물도 없다. 산업시대 소매치기가 떠오르는 벽돌 거리와, 바로 옆에 천연덕스럽게 있는 현대적인 고층 빌딩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무언가를 보러 온 곳도 아니다. 친구가 보고싶어했던..
인지 과학 개론 정리 9. 추론 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논리란, 인간 이해의 한계에 따라 만들어진 사고 및 추론 방식입니다. 논리의 기본 단위는 삼단논법인데, 대전제와 소전제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대전제 : 사람들 예순 명은 한 사람이 할 일을 60배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소전제 : 한 사람이 글 하나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 대략 한 시간이 걸립니다. 결론 : 사람들 예순 명이 글 하나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는 대략 1분쯤 걸립니다. 그렇습니다. 삼단논법에 수학이 결합하니 이렇게 멋집니다. 이상, 엠브로스 비어스의..
인지 과학 개론 정리 11. 기억 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개인적 경험과 역사로 이루어진 존재로 자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과거 기억의 산물일까요? 교환 학생 기간 동안 저는 정말 여러가지 경험을 했고, 여러 대화를 나누었으며, 여러 지식을 배웠습니다. 어떤 건 어제 일인양 기억이 생생한데 어떤 건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잊어버렸죠. 저의 '잃어버린 기억'은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 자신이 과거 기억의 산물이라면 잊은 기억은 저에게 아무것도 아닌 걸까요.. 그렇다면 계좌에서 쑥쑥 빠져나갔던 그 여행 ..
인지 과학 개론 정리 12-2. 현상적 의식 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정보 처리 의식과 현상적 의식은, 얼핏 보면 무엇이 다른가 싶지만 내용의 분야나 깊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호주의 인지과학자이자 과학 철학자인 데이비드 차머스는 의식에 대한 어려운 질문과 쉬운 질문을 구별하면서 '현상적 의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1. 의식에 대한 쉬운 질문들 여기서 언급할 차머스의 '쉬운 질문'은 절대 쉬운 질문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쉬운'이란 '과학의 힘을 빌려 해결 가능할'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들 역시 제가 죽기 전에 밝혀질지 모..
2014.04.23 후기 리그베다 위키에 리포그램이라는 글을 읽는데, 읽다 보니 나도 해볾직하기에 도전한다. 1. 오트밀을 구입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 망할 오트밀은 줄어들지 기미가 안 보인다. 요리하던 중에 플메들과 인간이 왜 오트밀 따위를 먹는지 이야기하는데, 그 친구들은 오트밀은 그래도 혀에 감각은 전해진다 카더라. 자기들 부모님이 보내준 Porridge는 정말 무미(無味)하단다. 읭? 오트밀과 porridge가 같은 게 아니냐고 물으니 porridge를 직접 보여준다. 과연, 'Oatmeal porridge'라고 적힌 포대 안 내용물은 부풀려 말하면 정말 돼지도 안 먹게 보인다. 2. 요리를 하려고 뒤집개를 찾는데, 기름이 묻은 걸 보니 플메가 무언가 볶던 모양이다. '나 네 뒤집개 빌려도 돼?' 라고 물으려는데..
인지 과학 개론 정리 12-1. 정보 접근 의식 점점 강의의 소감록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글은 Fred Cummins 교수의 Introduction to Cognitive science 강의의 요약 및 정리글입니다. 수정 사항이나 보탤 의견을 자신없이 환영합니다. 저에게 의식은 인지과학 전반에서 가장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마음'의 정체성은 의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의식이 무엇인지 (물리적인 활동인지, 그렇다면 어디서 일어나는지. 혹은 그저 착각일지, 그렇다면 그 착각은 어떻게 일어나는지)알아낸다면 인지과학의 가장 큰 과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윤리학 앞에 '신경' 두 글자를 붙여 말하는 숱한 문제들도 좀 더 수월히 해결되겠지요. 무거운 만큼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닙니다. 1. 의식의 정의 및 구분 '뇌는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낼까?..
Natural history museum & night scenes, London 사진 정리가 한참 밀렸다.언젠가 보겠냐마는 그래도 정리. 자연사박물관을 찾으러 대영박물관에 간 탓에(...) 러셀스퀘어에서 옥스포드 서커스쪽을 지나 하이드파크를 향했다. 걸어가며 둘러보는 런던은 정말 생각했던 런던의 인상이었다. 유럽 도시는 걸어서 보는 맛이 있다. 옥스포드 거리와 하이드파크를 지나 생각보다 오래 걸어서 도착한 자연사 박물관.그리스 신전 짝퉁스런 대영 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 건물보다 훨씬 위엄있었다. 자연사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공룡 모형. 자연사 박물관 찬양을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도킨스였나 빌 브라이슨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배경지식은 중요하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몇 구절에 국립미술관과 대영박물관을 제치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전시품 촬영은 버스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