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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일기(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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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14 생활 후기 쓰던 진지한 글들 다 내버려두고, 광고 한 줄 없는 개인적인 블로그 걸맞게 가볍게 쓰는 일기...였는데 진지해졌다. 초반부와 후반부 글이 너무 달라져서 결국 찢기로 했다. 때때로 삶에는 원하지 않는 변수가 끼어든다. 빨래방에서 빨래를 가지고 오는 길, 지갑을 챙겨왔는데도 안에 (집 열쇠 기능이 있는)학생증을 넣지 않은 바람에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플랫메이트들에게 연락했지만 모두들 밖에서 불타는 토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다 젖은 빨래더미 옆에서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이 같이 교환학생을 온 윗층 친구네 집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었냐? 우리집 플랫메이트들이 돌아올 동안 민폐를 끼치며 구석에서 빨래와 함께 쭈그려 있었나? 그랬을리가. 그쪽 집의 플랫메이트가 내 친구가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해서, ..
아일랜드 생활 후기_사람에 대해서 짤은 오늘 힘겹게 갔다온 더블린 남부 택배 센터. 사진보다 훨씬 무지개가 잘 보였어요. 아일랜드는 하늘이 땅과 가까워서, 비가 흔한만큼 무지개도 자주 뜹니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 친구들에게 익숙해진 후에나 쓰려 했습니다. 하지만 글은 쓰고 싶을 때 써야 내용이 술술 나오고, 뭐든 익숙해지고 나면 글감조차 안 될 만큼 사소해지는 법. 제목을 쓰고 나니 글에 속도가 붙습니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타고났습니다. 제 주변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만 붙습니다. 제 성격이 사람 따르고 자리 만들기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또 모르는데, 하루종일 방 안에 가둬두어도 쉬운 장난감 몇 개만 있으면 시간갈 줄 모르는 사람이 또 저라서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가장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040214_아일랜드 생활 후기_영어에 대해서 짤은 흔한 Grafton Street의 버스커...는 아니고 UK 싱글 차트에도 몇 번 오른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오랜만에 한국어로 글을 씁니다. 어찌저찌해서 몇 년 전에 쓴 일기를 읽다 보니 다시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표현하는데는 독백보다는 남에게 알리는 모양새가 읽기에도 쉽습니다. 의식의 흐름마냥 당장에 생각을 풀어내기도 필요하겠지만, 이 글을 읽을 누군가와, 훗날의 나라는 가장 중요한 독자를 위하여. 최대한 짜임새있게 일상을 써보겠습니다. 당연히 주제는 아일랜드 생활입니다. 제목은 후기이지만 내용은 일기라,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하실 분들한테는 별 도움은 되지 않겠습니다ㅠ 일이 많아질수록 생각이 깊어질 겨를이 나지 않습니다. 고작 3주가 지났지만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
2013. 12. 18 마음 속 생각을 밖으로 내뱉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지. 생각을 표출하기를 좋아한다. 듣는 이가 있으면 물론 더 좋지만, 그리고 그가 내 생각과 다르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듣는이가 없고 읽는이가 없어도 상관 없다. 이 일기를 왜 쓰고 있겠나. 머릿속에 떠다니던 무형의 생각이 말이든 글이든 어떠한 형식으로 다듬어지는 것은 마치 장난감이나 퍼즐을 조립처럼 재미있다.재미라는 말로는 모자란다. 이것은 쾌락적이다. 생각이 반박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 그런 면도 있구나'도 좋지만 '아, 내가 이 문제에서는 완전히 틀렸구나.'라는 깨달음이 드는 순간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격언도 있지만, 지적인 대화에서의 패배는 문자 그대로의 승리이다. 고민하고 인정하면서 생각이 나아가는 기회는 흔하..
2013.12.16 글씨가 왜 크고 작게 나오지?? css를 잘못만졌나..? 학관 앞에서 자보를 읽다가 엉겁결에 인터뷰를 당했다. KBS '방송'이었다. 언론에 글이 아닌 영상으로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말을 못해서 뉴스에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말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도 같이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번 학기에 인지부조화애 대해 배워서 그런지, 누군가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강화되어 정말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순간 불안했다. 다행히(?) '행동을 부를 만한 말'이 입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자신있게 나온 내 '의견'은 '결국엔 끼리끼리 모여 자기들끼리 소통에 만족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글을 통한 논리적인 소통이 가능하리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봅..
2013. 12. 14 합리적인 사람들은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그것이 특별히 즐거움을 부르지 않으면서 머리로 생각하기에도 비합리적이라면 사람들은 그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이 즐거움이고 무엇이 올바른지도 대충은 안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설사 그가 을이라 해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을은 비합리적인 명령을 받기 마련이다. 갑도 처음부터 비합리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저 명령받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비합리적인 명령을 받은 을은 마음 속에서 명령의 비합리성을 따지지만, 결국에는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한다. 그가 무지막지한 분노를 느꼈든, 인지적 부조화가 일어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이 자기 자신의 합리성의 ..
2013.11.05 과외돌이가 수능을 치니 오늘부터 과외가 끝났다. 중간고사 기간도 어느새 지났다. 글이 당기는 밤이다. 누구나 바쁜 일정이 지나고 숨을 돌리다가도, 바뀐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쁜 내일을 깨달으면 다시 숨이 답답하게 막힐 법이다. 그 정도야 일을 하는 모두가 느낄 허한 정서 아닌가. 하지만 그 중 누군가는 생각이 한걸음 나아갈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분명 '아무 일도 없을 때는, 그 때라고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냐'는 질문을 자신에게 물으리라. 그 때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는다면? 이러한 질문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터이다. 바쁘면 적어도 고민할 새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드는 데는, '요즘 밤이 짧아졌기 때문에'라는 실없는 말이 더 어울린다. '대상이 없는 정서'가 존재한단다. 사실이라면 탈..
2013.7.31 다시 언젠가의 나에게. 저는 제 재수 생활을 제 삶에서 가장 열심히 살던 때로 기억합니다. 하루하루 일과과 똑같았기에, 그때 그 시절은 사소한 여가도, 인간관계도 포기한 채 아침에는 플래너를 쓰고, 쉬는 시간마다 수학 문제를 풀었던 시절로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재수 시절 일기를 펼쳤을 때, 처음에는 생각보다 딴 생각을 많이 했다고 피식 웃었고, 그러고 나서는 '이 때에 비하면 난 정말로 대충 살고 있구나'하는 죄책감이 밀려들었습니다. 가장 인상깊던 페이지는 바로 여기. '언젠가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저는 이 때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 기억도 언젠가는 사라질테니, 훗날의 나이든 제가 이 페이지를 봐도 다시 오늘만큼 신선하겠지요. 이때 미래에 대해 아무 확신이 없는 채로도 해야 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