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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일상 후기 게으름은 누적되고 나날이 새롭게 거듭납니다. 제가 사는 곳은 휴전선 이남이라 일이 없다는 건 괜찮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닌지라, 지루한 나날은 확실히 재미없습니다. 그럼에도 게으름만큼은 질리는 일 없이 다른 일로 대체할 수가 없네요. 개강일이 다가오는 것도 끔찍이도 싫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학생 1학년들이 모두 저 같은 방학을 지내고 있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디시나 엔하위키 말고는 밝은 곳이라곤 없을테지요. 얼마나 잉여돋았냐면, 문명을 받아서 해도 재미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재미는 없었지만 타임머신 기능은 있긴 했습니다. '망할 비스마르크'를 유언삼아 제 페르시아 문명은 끝났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저번주에 과외비를 이번주 월요일에 주시겠다고 해서 우리은행 ATM기를 갔는데, 잔액이 3천원에서 7천원으로 늘..
마당을 나온 암탉 짧게 후기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저번 주 토요일에 봤습니다. 내용누설은 별로 없지만, 안 보신 분들은 그냥 넘기세요. 아아, 제가 보기엔 주 캐스팅만 빼곤 괜찮았습니다. 암탉 잎싹의 4차원 연기.. 도 진행할 수록 익숙해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전문 성우를 썼으면 어색함 없이 볼 수 있었을텐데요. 가장 잘 어울리던 장면이 '초록이를 보내주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습이었습니다; 이럴거면 문소리씨를 쓸 이유가 없잖아요;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으리라 짐작이나 해 봅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배우보다는 성우가 더 쌀 것 같은데;; 청둥오리 부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겠습니다. (..) 오리 디자인 하신 분과 닭 디자인 하신 분이 다른 사람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애들 보는)영화답게, 원작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지루하지..
8월 8일 일상 후기 엄마가 언니 보내준다는 김치를 담그길래 옆에서 집어먹었습니다. 아아, 저는 광주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과외도, 알바도 잘 다닙니다. 그 과외라는 게 알바하는 학원 원장님 아들이라는 것도 웃기고, 이 알바라는 게 잉여로운 시간 아까워서 예전 학원 놀러다니다가 눌러앉아 생긴 자리라는 사실도 재밌습니다. 책 읽을 시공간에 쾌적한 실내온도까지 과분합니다. 2학기때 공부할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 예습용으로 사놓은 색칠공부 책도 내일이면 끝나니 마냥 논 것만도 아니라고 둘러댈 거리도 생겼습니다. 피를 마시는 새를 읽고있습니다. 텍본으로 읽는거라 집에있으면 거의 뜨뜻한 노트북을 안고 삽니다. 수 많은 사건이 겹치면서 일어나니 정신없지만, 그래도 읽는 재미만큼은 있습니다. 이거슨 팬아트. 역시 그림판은 ..
짤막한 '요놈을 어떻게 읽나'감상후기 How to read시리즈는 잘 사서 잘 읽고 있습니다. 진도라고는 등교길 오르는 지렁이마냥 꿈틀거릴 줄만 알았는데 다행히 학교가 딱정벌레 학교라도 되었나 봅니다. 주말을 놀렸는데도 4분의 1은 읽었습니다. 16권 중 4권을 읽었으니까요. 두 시간(30분 읽고, 30분 자고, 1시간 읽으면 끝)이면 한 권을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지렁이에게 눈이 없듯, 다 읽었다고 내용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서도요. 각각 읽은 내용에 짤막한 감탄사 달아본다면 이렇습니다. 키르케고르 : 뭥미 푸코 : 흐음 사드 : 어허험 성경 : 호오 키르케고르는 읽으면서도 대체 왜 이 분이 실존주의고 포스트모더니즘이고 무슨 영향을 미친건지.. 하는 망령된 생각을 품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사상태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익명이..
명탐정 운차이 후치에게 몰래 밀가루를 갖다주며 팬케잌을 부탁하는 운차이를 끝으로 그리려다가 귀찮아서 관뒀습니다. 이제 피마새나 읽으러 가야지
8월 4일 일상 후기 주문한 How to read시리즈가 왔습니다. 대충 이틀에 한 권씩 읽으면 맞아떨어집니다. 현재 키르케고르와 푸코를 읽었습니다. 라캉은 몇 년 전에 읽은 적이 있었구요, ..근데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성긴 채에 받치는듯 주루룩 사라집니다. 저는 왜 책을 보는 걸까요, 말마따나 알아야 할 만한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호기심뿐이라면 지식에 대한 욕구, 그 목적은 어디에 둬야 하는걸까요? 현재의 목표를 학자로 두고 있는 이상, '학문을 하는 사람'만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재미'라면 공부보다 재미있는 게 널린 게 이 세상이고, 학자만의 권위나 명예가 부러운 것이라면 공부보다 쉽지는 않을지라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게 권위나 명예를 따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물론, 그 대안을 찾았을 때도 역시..
8월 1일 일상 후기 제 어깨에 띠 모양으로 골을 파고 싶어하는 못된 가방을 매고 학원에 출근했건만, 학원 방학은 끝나지 않았었습니다. 제 출근길(?)은 그날 오전의 삽질로 끝날 뻔 했습니다. 영풍문고에서 또 책이나 읽을까 고민하다가 중학교 때 과외받았었던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선생님께선 바로 통화로 답해주셨고, 몇 분 안되어 저는 아메리카노를 얻어마실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은 참 신기합니다. 여태껏 제가 만난 '선생님'들은, 뵌지가 몇 년이 넘었는데도 별로 변하지를 않으십니다. 항상 제자들을 보고 사느라 늙는 것 조차 잊으시는 걸까요. 지극히 저만 바라보고 사는 저는 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보통은 변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선생님과 만난 후에는 영풍문고에 가서 순수 박물관의 마지막 3/4을 읽었습니다..
순수 박물관 읽고 후기 오르한 파묵이라는 터키 작가에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내 이름은 빨강'을 읽었습니다. '술탄 시절 이스탄불이 배경' + '추리소설' + '매 장마다 달라지는 시점' - '그 해 노벨 문학상(권위는 재미에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으로,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순수 박물관이 나온 건 몇 해 전이었을 것입니다. 파묵은 분명 좋아할만한 작가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작품을 다 찾아 읽을만한 작가도 아닌 것 같아 별 관심없이 신문에 나온 기사를 훑고는 말았습니다. 그러던즉 몇 주 전, 점 세계문학전집 코너에서 순수 박물관과 마주쳤고, 책을 들었습니다. 손에 든 책은 곧 읽는 책이 되었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두 권이라, 서점에서 읽기엔 좀..